[기고]에코비스,김익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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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5.14 10:08   수정 : 2009.05.14 10:08
낮선풍경, 낮선문화 / 러시아 문화 이해하기
야반도주

[지난 호에 이어]
그렇게 힘들게 전도활동을 하던 그 전도사는 지금 미국에가 있다고 한다. 97년 IMF 이후 한국에서 지원금이 없어지고 버틸 수가 없자. 미국으로 건너가서 일식집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회활동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결혼도 했다고 하는데, 이젠 소식도 없다.
모스크바에 온 지 보름 정도 지났을 때 숙소를 정하기 위해 수소문을 했는데 현지 교회에서 뵈었던 분이 아파트를 소개해 주셨다. 22층짜리 고층 아파트로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방이 세 개 있는 35평 정도의 꽤 큰 아파트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형편없어서 마루바닥은 모두 삐끄덕거렸고, 냉장고와 가전제품은 70년대 스타일이었다.
집주인인 러시아 아줌마는 4형제를 두고 있었는데 두 아들은 결혼해서 따로 살고 열여섯 살, 일곱 살 짜리 아들 둘과 같이 살고 있었다. 셋이서 방 하나를 쓰고 나에게는 방 두 개를 빌려준다고 하며 월세로 150달러를 요구했다. 가전제품은 공동으로 쓰기로 했고 냉장고는 두 대가 있어 그 중 한 대를 빌려줬다.
이사온 첫날, 짐을 옮기고 나서 방에 누워 있는데, 아줌마의 두 아들이 정말 정신없이 두들기며 시쓰럽게 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결혼한 두 아들이 들어왔고 이혼했다는 남편도 와 있었다.
첫날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집주인의 이혼한 남편은 보드카를 내와서 권했다. 나야 뭐 내놓을 것도 없어서 주위에서 조금 얻은 그 귀한 김치와 서울에서 가지고 와서 아껴두었던 명란젓을 꺼냈다. 두 사람은 매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자리에서 김치를 다 먹어 치웠다.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나서 이후로 매일매일이 너무 불편했다. 이혼한 남편은 내 방에서 자고 있기도 하고 며칠 후엔 아예 내 방 하나를 차지하고 쓰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번은 싸워대는데 아줌마는 항상 두들겨 맞았다. 그런데 곧 잊어버리는지 조금 지나면 욕실에서 애정을 과시하며 난리를 피워 정말 너무 시끄러웠다. 남편은 매일 보드카를 마시면서 내 냉장고를 열고 김치를 먹곤 했는데, 어느 날 저녁에는 부엌으로 갔더니 남편이 보드카를 마시면서 얼마 안남은 명란젓을 통째로 들고 안주로 먹는 것이 보였다. 그거면 두 끼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는데 싶어 화가 났다.
매일매일 전쟁 같았다. 애들은 시끄럽고 남편은 부인을 매일 두들겨 패고 욕실은 러브호텔이 되고…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 당시 주인아줌마는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혼한 남편은 트럭 기사였는데 이혼하고 나서 아마도 월급의 50% 정도는 법적으로 부인에게 지불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 트럭 기사 월급은 100달러 정도였으니 50달러로 생활하기엔 빠듯했을 것이고 내가 방세로 내는 150달러가 주인아줌마에겐 꼭 필요했을 것이다.
내가 방을 빼겠다고 하자 아줌마는 더 이상 이혼한 남편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다음날 남편은 여지없이 다시 와서 보드카를 마시면서 내 방문을 걷어차며 술을 같이 마시자고 소란을 피웠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직원에게 부탁을 해서 조그만 단독 아파트를 250달러에 월세로 결정하고 이사 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주인아줌마는 조금만 더 있어달라며 완고하게 가로막았다. 이사도 맘대로 못 가게 생겼다 싶어 작전을 세웠다.
주인 부부가 보드카를 마시고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는 새벽에 몰래 짐을 싸 들고 살금살금 그 집을 탈출했다. 이삿짐이라야 얼마 있지도 않아서 옷가지와 책 몇 권이 전부였다.
오후에 주인아줌마를 찾아갔다. 주인아줌마는 내가 이사를 한 것을 알고 풀이 죽어 있었고 이제 어찌 생활을 해야 하는지 이혼한 남편을 원망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처음엔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과 매일 같은 집에서 자고 술 마시고 하는 아줌마가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그날 아줌마의 설명을 들으며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아들 넷 중에서 둘은 전남편의 자식이고 셋째는 주인아줌마의 전자식이고 넷째만 둘이 만나서 생긴 아들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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