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보항공-이인재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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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5.09 17:37   수정 : 2012.05.09 17:37
78면 나와 6.25(10)
같지만 다른 언어

우리들은 그야말로 정처 없이 걸었다. 민들레씨 바람타고 정처없이 흩날리듯, 우리 피난민들은 제각기 살길 찾아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오백명이 백명되고, 다시 오십명이 되었다가 드디어 우리 일행 열두명만 남았다. (우리 식구는 열명이었으나, 배 안에서 만난 고아 두명이 따라오는 걸 뿌리칠 수 없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어느 포구 마을에 다달았다. 이십여채의 초가집이 듬성듬성 모여 있는 자그만 시골 동네. 더 이상 걸을 힘도 없던 우리는 동네 어귀의 한 초가집 앞에 발을 멈추었다.
돌로 쌓은 축대위에 초가집 안채와 농기구 창고가 있고, 마당에는 우물과 이름 모를 과수나무가 서 있었다. (이것은 감나무로서 북한에는 없는 것이었다.)
담장도 대문도 없는 집 입구쪽에서 안쪽을 살펴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가던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가 나서 조심스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버지 : 이집 있소? (계십니까?)
주인집 : .............
아버지 : 이집 있소?
주인집 : ...............
아버지 : (우리를 돌아보며) 페럽다(이상하다), 잉?
가만히 살펴보니, 조금 전까지 마당에서 왔다갔다 하던 주인 아주머니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선, 창호지 문구멍으로 소리 없이 우릴 내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학교 다닌적도, 섬 밖을 나가 본 적도 없는 아주머니는 어디서 빨갱이가 내려온다는 말을 듣고서 두려움에 몸을 숨겼던 것이었는데…
보아하니 사람이 빨갛지도 않고, 뭣인가 애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여닫이문을 쬐끔 열고는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아줌마 : 우째 왔능교?
아버지 : ?
아줌마 : 말라꼬 왔능교?
아버지 : 무시기요?
아줌마 : 뭐라카능교?
대한민국 국민 되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북쪽 끝과 남쪽 끝 한국어는 거의 외국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가 우리 사정을 설명하고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달라고 간청, 아줌마가 농기구 창고에서 자라고 허락하기까지에는 한 시간은 족히 걸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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