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풍경, 낮선문화 / 러시아 문화 이해하기
13인승 비행기
[지난 호에 이어]
소자본으로 시작한 모스크바에서의 생활은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화물 운송 분야에 노하우가 없어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도 이득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는 현지 러시아인보다 영업력도 부족했다. 할 수 없이 좀더 외곽 지역으로 가서 남아 있는 재고라도 판매할 생각으로 여러 지역을 찾아다녔다. 체첸 지방 근교의 크라스노다르라는 곳에서 한국 상품이 필요하다고 하여 그곳의 상황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다른 직원들은 그곳이 현재 분쟁 중인 지역이고 특히 체첸계 마피아가 가장 무서운 존재이니 절대로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아직 그곳에서 사업한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없으니 절대로 가선 안된다고 하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난 당시 앞뒤를 가릴 여유가 없었다. 자금은 바닥인 상태이고 그대로는 한 달도 버틸 수가 없었다. 나를 안내해 줄 현지인과 공항으로 가면서도 신변의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우선 활주로가 빙판이었다. 비행기가 제대로 이륙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공항버스를 타고 비행기 앞으로 갔다. 그런데 비행기를 보는 순간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때까지 국제선만 타다보니 국내선에 그렇게 작은 비행기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당시 내 눈에 그 비행기는 장난감 비행기처럼 너무나 작아보였다. 3시간을 타고 가야 할 비행기가 이렇다니…
35년 된 연로하신 비행기의 가장 후미진 곳에 앉아 불안해하면서 난 문뜩 여의도에서 직장생활 할 때 문화센터에서 배운 역학이 생각이 났다. 인상학으로 보면 인중이 긴 사람이 오래 산다는 강사님의 강의가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 창문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았다. 인중이 짧아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윗입술을 아랫니로 끌어당겼다. 조금이라도 인중을 늘리려고 도착할 때까지 계속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 그 이후로 난 순간적으로 긴장 할 때와 출장 시 힘들 때 인중을 늘리려고 윗입술을 끌어당기는 버릇이 생겼다.
여러 해 러시아 생활에 이력이 생기면서 작고 낙후된 비행기에도 익숙해져서 그 전처럼 불안해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은 손님 한 분을 모시고 뻬쩨르부르그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티켓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일단 공항으로 가서 돈을 더 지불하고 간신히 표를 구했다. 공항 대합실에 앉아 있는데 가만 보니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열 몇 명밖에 안 되었다. 성수기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활주로 버스에 올라타서 비행기 탑승구로 가는데 여러 비행기를 다 지나치더니 맨 끝에 마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작고 오래된 비행기 앞에서 버스가 정지했다. ‘아니, 왜 박물관 앞에 내리나…’ 생각하고 있는데 비행기 꽁무니에서 조그만 사다리가 내려왔다. 승무원이 내리더니 이걸 타라고 한다.
13인승 비행기였다. 러시아를 처음 온 손님의 얼굴이 순간 찌그러지고 있었다.
“이거 정말 탈 거야? 이거 언제 만든 거야?”
비행기 바퀴를 보니 닳고 닳아 맨들맨들했다. 나는 일전에 크라스노다르에 갈 때도 이런 비행기를 타봐서 대수롭지 않게 질문을 했다.
“이 비행기는 언제 만든 겁니까?”
“1960년, 그래도 이 비행기는 기내식도 나온다.”
난 아무렇지도 않게 손님에게 그대로 통역해서 말해줬다.
“1960년도에 만들었대요. 올해로 꼭 43년째 운항이고 기내식도 나온다는데요.”
손님은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이건 보험처리가 되느냐, 45분거리라고 하더니 두 시간이 다 되어도 왜 도착을 안하느냐 하고 안절부절이었다. 손임은 불안해서 기내식도 안 먹었다.
나도 그때 처음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작은 비행기는 기존의 비행기보다 비행시간이 두 배가 더 걸린다고 한다. 어쨌든 43년 된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뻬쩨르부르그를 다녀왔다.
[다음 호에 계속]
13인승 비행기
[지난 호에 이어]
소자본으로 시작한 모스크바에서의 생활은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화물 운송 분야에 노하우가 없어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도 이득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는 현지 러시아인보다 영업력도 부족했다. 할 수 없이 좀더 외곽 지역으로 가서 남아 있는 재고라도 판매할 생각으로 여러 지역을 찾아다녔다. 체첸 지방 근교의 크라스노다르라는 곳에서 한국 상품이 필요하다고 하여 그곳의 상황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다른 직원들은 그곳이 현재 분쟁 중인 지역이고 특히 체첸계 마피아가 가장 무서운 존재이니 절대로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아직 그곳에서 사업한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없으니 절대로 가선 안된다고 하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난 당시 앞뒤를 가릴 여유가 없었다. 자금은 바닥인 상태이고 그대로는 한 달도 버틸 수가 없었다. 나를 안내해 줄 현지인과 공항으로 가면서도 신변의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우선 활주로가 빙판이었다. 비행기가 제대로 이륙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공항버스를 타고 비행기 앞으로 갔다. 그런데 비행기를 보는 순간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때까지 국제선만 타다보니 국내선에 그렇게 작은 비행기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당시 내 눈에 그 비행기는 장난감 비행기처럼 너무나 작아보였다. 3시간을 타고 가야 할 비행기가 이렇다니…
35년 된 연로하신 비행기의 가장 후미진 곳에 앉아 불안해하면서 난 문뜩 여의도에서 직장생활 할 때 문화센터에서 배운 역학이 생각이 났다. 인상학으로 보면 인중이 긴 사람이 오래 산다는 강사님의 강의가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 창문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았다. 인중이 짧아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윗입술을 아랫니로 끌어당겼다. 조금이라도 인중을 늘리려고 도착할 때까지 계속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 그 이후로 난 순간적으로 긴장 할 때와 출장 시 힘들 때 인중을 늘리려고 윗입술을 끌어당기는 버릇이 생겼다.
여러 해 러시아 생활에 이력이 생기면서 작고 낙후된 비행기에도 익숙해져서 그 전처럼 불안해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은 손님 한 분을 모시고 뻬쩨르부르그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티켓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일단 공항으로 가서 돈을 더 지불하고 간신히 표를 구했다. 공항 대합실에 앉아 있는데 가만 보니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열 몇 명밖에 안 되었다. 성수기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활주로 버스에 올라타서 비행기 탑승구로 가는데 여러 비행기를 다 지나치더니 맨 끝에 마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작고 오래된 비행기 앞에서 버스가 정지했다. ‘아니, 왜 박물관 앞에 내리나…’ 생각하고 있는데 비행기 꽁무니에서 조그만 사다리가 내려왔다. 승무원이 내리더니 이걸 타라고 한다.
13인승 비행기였다. 러시아를 처음 온 손님의 얼굴이 순간 찌그러지고 있었다.
“이거 정말 탈 거야? 이거 언제 만든 거야?”
비행기 바퀴를 보니 닳고 닳아 맨들맨들했다. 나는 일전에 크라스노다르에 갈 때도 이런 비행기를 타봐서 대수롭지 않게 질문을 했다.
“이 비행기는 언제 만든 겁니까?”
“1960년, 그래도 이 비행기는 기내식도 나온다.”
난 아무렇지도 않게 손님에게 그대로 통역해서 말해줬다.
“1960년도에 만들었대요. 올해로 꼭 43년째 운항이고 기내식도 나온다는데요.”
손님은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이건 보험처리가 되느냐, 45분거리라고 하더니 두 시간이 다 되어도 왜 도착을 안하느냐 하고 안절부절이었다. 손임은 불안해서 기내식도 안 먹었다.
나도 그때 처음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작은 비행기는 기존의 비행기보다 비행시간이 두 배가 더 걸린다고 한다. 어쨌든 43년 된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뻬쩨르부르그를 다녀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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