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 왜 나쁜건가요?
[지난 호에 이어]
전도사와 같이 온 업체 손님은 서울에서 이것저것 사업하다 마지막으로 모스크바에 온 것 같았다.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로 보아 부유층 사람으로 보였고 잠시 머리 식힐 겸 사업구상차 모스크바에 온 것이라고 해서 우린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카지노 때문에 여러 사람 피해주고 도망가다시피 서울로 가버린 후, 그 피해를 나와 전도사가 고스란히 당하게 되었다.
거짓말로 사기를 쳐서 외상거래도 하고 전도사 집에 무상으로 살면서 짐을 지우고 부담을 주더니 결국 전도사가 송금받은 교회 운영비까지 빌려 쓰고는 달아나버렸다. 당시 듣기로는 전도사가 운영하는 교회의 집사라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헌금을 하지 못할망정 어찌 그럴수가 있는지…
그러다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화물료를 수금하지 못했고, 전도사는 생활비가 거덜나 있는 상태였다. 당장 생계가 급해 전도사는 목회활동은 일요일에만 하고 평일에는 나와 함께 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로 가버린 업체 사장이 버리다시피 하고 간 것이 재고 구두였는데 러시아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화물료도 못 받고 생활비도 없으니 다른 방법도 없고, 우리 둘은 시간 날 때마다 한국의 동대문 시장과 같은 곳에 찾아가 샘플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한두 켤레라도 판매하고자 노력했고 그 돈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운이 좋아 몇 켤레 더 팔면 그것으로 생활비와 교회운영비를 충당했다.
전도사가 꾸려나가고 있던 교회는 월세 300달러로 연구소 강당을 빌려서 러시아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해 선교 활동을 하는 다락방 예배당 수준이었고 전도사가 목회활동을 할 때 나는 곁에서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주거나 하는 봉사를 했었다.
모스크바에서 여러 목사님들을 만났지만 나는 그 전도사가 가장 순수하게 목회활동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 한명 없는 현지 교인들 속에서 어린이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며 목회비도 없어 나와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 조그만 전도사…
어느날 전도사가 설교할 때 약간의 소란이 일어났다. 그날 주제는 해적을 예를 들면서 ‘네 이웃의 물건을 탐하지 마라’였는데, 전도사가 열심히 설교를 하면서 해적의 활동에 대하여 아주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린이 여러분, 해적은 아주 나쁜 사람들입니다. 남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확한 식품이나 다른 사람이 노력해서 벌어들은 재산을 총과 칼로 위협을 해서 빼앗아버리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죠. 이렇게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안되겠죠.”
그러자 한 어린이가 말했다.
“왜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안되나요? 빼앗는 것이 아니라 좀 있는 사람 물건을 덜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잘못인가요? 우리는 학교에서 그렇게 안배워요.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했고 부의 축적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그래. 나누어 갖는 것은 좋은 일인데, 열심히 일해서 벌어 놓은 것은 빼앗아가면 안돼지.”
“어떤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더 벌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덜 벌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하니 있는 사람의 물건 좀 가지고 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전도사님.”
오랜 시간 토론이 계속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고 결국 전도사는 ‘그건 나쁜 짓’이라며 거의 우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린이들은 하는 수 없이 ‘그래. 전도사님 말이 맞다고 하자.’ 하는 식의 분위기 였다.
정말 새로운 느낌이었다. 러시아에서는 남의 물건을 도적질하는 것을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적질이 아니라 그냥 좀 나누어 갖는 거라는 논리가 무척 재미있게 들렸다.
숙소에서 청소하러 오시는 분이나 기사들도 쓸 만한 물건이 몇 개 있으면 그냥 말도 없이 하나씩 집어간다.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 물건을 좀 나누어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
그렇게 힘들게 전도활동을 하던 그 전도사는 지금 미국에가 있다고 한다. 97년 IMF 이후 한국에서 지원금이 없어지고 버틸 수가 없자. 미국으로 건너가서 일식집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회활동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결혼도 했다고 하는데, 이젠 소식도 없다.
[다음 호에 계속]
[지난 호에 이어]
전도사와 같이 온 업체 손님은 서울에서 이것저것 사업하다 마지막으로 모스크바에 온 것 같았다.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로 보아 부유층 사람으로 보였고 잠시 머리 식힐 겸 사업구상차 모스크바에 온 것이라고 해서 우린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카지노 때문에 여러 사람 피해주고 도망가다시피 서울로 가버린 후, 그 피해를 나와 전도사가 고스란히 당하게 되었다.
거짓말로 사기를 쳐서 외상거래도 하고 전도사 집에 무상으로 살면서 짐을 지우고 부담을 주더니 결국 전도사가 송금받은 교회 운영비까지 빌려 쓰고는 달아나버렸다. 당시 듣기로는 전도사가 운영하는 교회의 집사라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헌금을 하지 못할망정 어찌 그럴수가 있는지…
그러다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화물료를 수금하지 못했고, 전도사는 생활비가 거덜나 있는 상태였다. 당장 생계가 급해 전도사는 목회활동은 일요일에만 하고 평일에는 나와 함께 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로 가버린 업체 사장이 버리다시피 하고 간 것이 재고 구두였는데 러시아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화물료도 못 받고 생활비도 없으니 다른 방법도 없고, 우리 둘은 시간 날 때마다 한국의 동대문 시장과 같은 곳에 찾아가 샘플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한두 켤레라도 판매하고자 노력했고 그 돈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운이 좋아 몇 켤레 더 팔면 그것으로 생활비와 교회운영비를 충당했다.
전도사가 꾸려나가고 있던 교회는 월세 300달러로 연구소 강당을 빌려서 러시아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해 선교 활동을 하는 다락방 예배당 수준이었고 전도사가 목회활동을 할 때 나는 곁에서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주거나 하는 봉사를 했었다.
모스크바에서 여러 목사님들을 만났지만 나는 그 전도사가 가장 순수하게 목회활동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 한명 없는 현지 교인들 속에서 어린이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며 목회비도 없어 나와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 조그만 전도사…
어느날 전도사가 설교할 때 약간의 소란이 일어났다. 그날 주제는 해적을 예를 들면서 ‘네 이웃의 물건을 탐하지 마라’였는데, 전도사가 열심히 설교를 하면서 해적의 활동에 대하여 아주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린이 여러분, 해적은 아주 나쁜 사람들입니다. 남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확한 식품이나 다른 사람이 노력해서 벌어들은 재산을 총과 칼로 위협을 해서 빼앗아버리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죠. 이렇게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안되겠죠.”
그러자 한 어린이가 말했다.
“왜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안되나요? 빼앗는 것이 아니라 좀 있는 사람 물건을 덜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잘못인가요? 우리는 학교에서 그렇게 안배워요.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했고 부의 축적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그래. 나누어 갖는 것은 좋은 일인데, 열심히 일해서 벌어 놓은 것은 빼앗아가면 안돼지.”
“어떤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더 벌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덜 벌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하니 있는 사람의 물건 좀 가지고 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전도사님.”
오랜 시간 토론이 계속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고 결국 전도사는 ‘그건 나쁜 짓’이라며 거의 우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린이들은 하는 수 없이 ‘그래. 전도사님 말이 맞다고 하자.’ 하는 식의 분위기 였다.
정말 새로운 느낌이었다. 러시아에서는 남의 물건을 도적질하는 것을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적질이 아니라 그냥 좀 나누어 갖는 거라는 논리가 무척 재미있게 들렸다.
숙소에서 청소하러 오시는 분이나 기사들도 쓸 만한 물건이 몇 개 있으면 그냥 말도 없이 하나씩 집어간다.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 물건을 좀 나누어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
그렇게 힘들게 전도활동을 하던 그 전도사는 지금 미국에가 있다고 한다. 97년 IMF 이후 한국에서 지원금이 없어지고 버틸 수가 없자. 미국으로 건너가서 일식집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회활동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결혼도 했다고 하는데, 이젠 소식도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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