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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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2.16 14:39   수정 : 2009.02.16 14:39
이번 호 특집에서 우리나라 화주들의 운임 결제 문화에 대해 다뤘다. 사실 취재 자체가 쉽지 않았다. 본지가 뛰어다니면서 일일이 업체 관리담당자를 만났으나 고객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공개하지 않아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화주의 운임결제 난맥상에 대해 의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취재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화주가 아예 결제 기간에 대해 조건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한 포워딩 업체에서는 ‘세계금산서 발행 90일 후 결제’라는 화주의 입찰 조건에 어처구니가 없었단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예 응찰하지도 말라는 식으로 못을 박은 것이다.
또한 어음결제하는 대부분의 화주들 역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짜리 어음을 주고 있단다. 그 사이에 물류업체들은 어음할인을 하든지, 대출을 받든지 하여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정말 이기적인 ‘결제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무역 대국이라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정말 후진성을 보이고 있다. 비록 중세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은행의 등장으로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아니 우리보다 덜 산다는 국가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일본계 포워딩 업체의 경우 한 대기업이 청구할 때마다 4개월짜리 수탁어음으로 결제해 이를 본사에 매번 설명하느라 곤욕을 치루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한국적 마인드나 상관습이 있다 하지만 결제 문화만큼은 아닌 것 같다. 화주들의 운임 결제 형태가 어음으로 이뤄질 때, 또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포워더에게는 막대한 금융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운임을 제대에 받지 못해도 선사나 항공사에 운임을 제때 지불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전체 비즈니스가 스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워더들은 캐리어 운임 결제일에는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된다. 어음으로 받은 운임은 최악의 경우 어음 할인을 하거나 신용대출 또는 사채까지 들여서라도 캐리어 운임 기일을 지켜야 한다. 이에 따른 금융이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가 선진국처럼 대등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중소기업의 교섭력이 약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어음사용이 증가하고 있어서 중소기업에 있어 어음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물류운임의 지연결제 및 악성채권 발생에 따른 물류업체들의 도미노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국토해양부와 한국무역협회는 ‘물류운임보험’이란 제도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단다. 모델은 수출입보험공사이다.
‘물류운임보험’이 비록 매우 박한 커미션에 허덕이는 포워더들에게 부담스럽고 또 그림만으로는 실효성 자체가 의심되지만 운임결제문화의 정착을 위해 정부가 이같은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화주들은 운임결제에 대한 인식 바꿔야 한다. 인식전환에는 역시 회사 대 회사라는 대등한 파트너쉽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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