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에코비스로지스틱스 김익준 대표이사

  • parcel
  • 입력 : 2008.12.11 18:00   수정 : 2008.12.11 18:00
낮선풍경, 낮선문화 / 러시아 문화 이해하기
양의 눈알을 먹다!

[지난 호에 이어]
“이게 뭡니까?”
“말고기인데 남자에게 좋습니다. 그 대신 많이 먹으면 혈압에 안 좋으니 조금만 드시고…”
어느 나라를 가도 몸에 좋다고 하는 것보다 남자에 좋다고 하면 웬지 모르게 먹게 된다.
그런데 같이 먹은 음료가 문제였다. 나는 원래 일반적인 생수보다 탄산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평소대로 탄산수를 마셨는데 식사 후 회의를 하면서 계속 트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트름에 점심에 먹은 양고기 노린내가 계속 올라오는데 머리가 지근지근 아플 정도였다. 그 역겨운 노린내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저녁에 보드카를 마실 때까지 정말 괴로웠다.
평소에도 장이 안 좋아서 화장실을 자주 가는데 이런 상황이면 저녁에 접혀 있는 만찬이고 뭐고 그냥 바로 타쉬켄트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영업상, 예의상 꾹 참고 저녁을 기다렸다.
저녁 만찬 전에 시장엘 가봤다. 일반 재래시장에서 뭘 판매하는지 궁금하고 한국 상품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볶음밥을 파는 노천 식당을 구경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당신 고려사람? 나 배가 고픈데 뭘 좀 주쇼.”
뒤를 돌아보니 러시라 할머니 한분이 있었다.
“여기 고려 사람 많이 살았지. 그런데 지금은 다 러시아로 이사가고 없다. 나는 고려사함이랑 친해서 말도 배웠어. 그런데 지금은 나 혼자 살아서 힘들어.”
지갑을 열어보니 우즈베키스탄 화폐만 있었다. 그 화폐를 보여주었더니 “일없어(괜찮아). 그거라도 줘” 하면서 냉큼 받았다. 그 시장에서 사서 먹고 있던 해바라기씨도 드렸더니 좋아하며 받았다. 이가 다 빠진 할머니가 동냥을 위해서 한국 말까지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저녁 만찬에서는 ‘아까 그냥 갈 걸 그랬다…’ 하는 생각만 계속 했다. 인원은 30명 정도였고 여자들이 마당 한가운데서 양 몇 마리를 잡아서 꼬치구이를 만들고 있었다. 바비큐처럼 불을 지펴서 그 숯으로 고기를 구워내어 바로 먹는 꼬치구이는 냄새는 나지만 맛은 괜찮았다.
공항장이 일장연설을 하시는 동안 식탁이 준비되고 식탁 위로 아까 잡은 양의 머리가 삶아져서 올라와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사 지낼 때 놓는 돼지머리 같기도 하고, 이걸로 뭘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모든 사람의 눈동자가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뭔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장난기 섞인 예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공항장이 연설을 끝마치고 나를 불렀다. 서울에서 귀한 보스가 와서 이렇게 만찬을 열었으며 축하드린다고 하더니 삶은 양 머리의 눈을 꼬챙이로 꾹 찔러서 나에게 줬다. 이 나라 관습에 양의 눈을 보스가 먹고 잘 보고 다스리라는 좋은 뜻이 있다고 말하면서… 30명이 다 나만 보고 있었다. 밖에서 보는 양의 눈과 꺼내서 보는 양의 눈 크기가 정말 달랐다.
이걸 정말 먹어야 하나…도저히 그냥은 못 먹을 것 같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줘야 하겠고… 보드카를 연거푸 두 잔을 들이마시고 입에 확 집어넣었다. 뭐라 표현을 할까… 동태찌개에서 동태의 눈을 먹었을 대와 맛은 비슷했지만 워낙 커서 끔찍했다. 대충 씹지도 않고 삼켜버렸다.
내가 양 눈알을 먹는 것과 동시에 모두가 보드카 건배를 했고, 공항장은 이어서 양 머리에서 이것저것을 잘라냈다.
“선생님 나오세요! 여기 혀를 먹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세요”
“학생 나와라! 여기 귀를 먹고 잘 듣고 배워라”
먹는 부분마다 다 뜻이 있고 먹을 때 마다 보드카 잔이 드높여졌다. 30명 대부분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했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선 저녁 만찬에 한 번씩 일어나서 오늘 만남에 대한 소감을 표현하고 건배를 제의하는 의식 같은 것이 있다. 그날도 30명이 한마디씩 하면서 주인공인 공항장과 나에게 전배 제의를 했다. 나는 그때마다 잔을 다 비워야 했고 그러다보니 그날 보드카를 30잔을 넘게 마셔버렸다. 점심에 말고기를 먹었는지, 아까 양의 눈을 먹었는지 기억도 점점 없어지고 말았다.
중앙아시아 국가에 사는 국민들은 모두  사람 초대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공항장이 마련한 공항 내 호텔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호텔비를 계산하니 하루 숙박료가 3달러라고 한다. 정말 싸다!
그 이후로는저녁 초대를 받으면 어떤 종류의 자리인지, 또 마당에서 만찬을 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나서 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됐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재미있지만 그 순간순간들은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보드카가 없었다면 끝까지 먹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 코리아포워더타임즈 & parcelherald.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보기
  • 주식회사 제이에스인터네셔널코리아
    동종업종 10년이상 / 초대졸이상
    01/31(금) 마감
  • 현대코퍼레이션그룹계열사 경력직 채용(구, 현대종합상사)
    4년 이상 / 대졸 이상
    01/31(금)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