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는 약
[지난 호에 이어]
보드카는 구입하여 바로 마시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하면 냉동실에서 꺼낸 보드카를 주문하고 집에서 마실 때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하루 정도 지나서 얼었는지를 확인하고 마셔야 한다.
하루 지나서 보드카가 얼어 있으면 그 보드카는 가짜로 판명된 것이니 버리고 얼지 않고 걸죽하게 되어 있으면 안심하고 마신다.
보드카는 40~50%의 알콜 성분으로 냉동실에 넣어두어도 얼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 가짜가 많은 러시아에선 물을 더 섞거나 대충 알콜 도수만 맞는 보드카를 만들어 유통시키곤 하는데 이런 보드카는 얼어버려서 가짜를 구별하기가 쉽다.
96년도에 해외에서 친구가 모스크바로 출장을 왔다. 또래 네 명과 직원 한 명 이렇게 다섯명이 술을 마셨는데, 그날 그 술집엔 냉동실에 보드카가 없다며 미지근한 것을 얼음에 타서 마시라고 해서 우린 보드카 대신 양주 한병을 시켰다.
양주도 워낙 가짜가 많아서 가장 싸구려로 통하는 패스포드 한병을 시켜서 딱 두 잔씩 마셨다. 500ml 한병을 시켜서 다섯명이 두잔씩 마시니 거의 한 병이 다 비워졌는데 그때부터 모두들 해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나와 친구들 모두 술을 잘 마시는 편이고 각각 보드카 한병씩은 마실 수 있는 주량이었는데, 두 잔씩밖에 안 마셨는데도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았고, 다른 한 친구는 연신 토하고 있었다. 나 또한 속이 안 좋아서 화장실로 가는데 왠지 모르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같이 있던 직원이 “사장님, 다리가 이상해요!”해서 밑을 보니 정말로 다리가 문어발 처럼 따로 움직였다.
엉금엉금 기어서 화잘실로 가고 난 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그 다음날 호텔에서 깨어났고, 친구는 아침에 다시 해외로 돌아가야 했으나 깨어나지 못해서 비행기를 못 탔고, 다른 친구는 그 다음날 저녁까지 계속 휴지통만 잡고 살았다.
가짜 양주를 마신 것이었다. 그나마 많이 마시지 않았으니 그 정도였지, 장님이 안 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라서 가짜 술도 대단히 많고 제조 방법 또한 무식하다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 공업용 알코올로 대충 순도를 맞추어 판매를 하니, 그 술을 마신 사람은 죽을 수도 있고 병신이 될 수도 있는데 정작 주조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안 마신다고 별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보드카 대신 가장 저렴한 양주를 시킨 것도 그나마 싼 술이니까 가짜가 적으려니 해서 였는데 그날은 가장 저렴한 양주 조차도 공업용 알콜을 섞은 시한폭탄이었던 것이다.
가짜가 문제인 것이지 제대로 된 보드카는 숙취도 없고 러시아에선 민간 약으로도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 민간요법에도 술을 이용하 것이 몇 가지 있는 것처럼 러시아의 보드카로도 민간 처방법이 있다.
워낙 장이 안좋은 나는 배탈 설사약인 ‘정로환’을 달고 다니는데, 한번은 출장 때 깜빡하고 챙기질 못했다. 긴장해서인지, 날씨가 확 바뀌어서인지 계속 설사가 나기 시작했다. 업체 손님과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속이 불편한 것을 눈치 챈 러시아 바이어는 주인에게 보드카 100그램을 주문했다. 소금도 같이.
‘해장술고 아니고 배 아픈데 왠 보드카?’ 하고 미심쩍어하고 있는데 러시아 바이어는 보드카를 나에게 한 잔 따라주고는 그 잔에 소금 한 숟가락을 넣었다. 그리곤 나더러 쭉 마시라고 했다. 그러면 설사가 멈춘다고.
안 그래도 뱃속이 난리인데 거기다 보드카에 소금까지… 내가 마시지 않고 있으니까 잔을 내 입에 들이미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마시게 되었다. 쓰고 짜고…결국 먹던 밥도 다 못먹고 식당에서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설사가 멈췄다.
그 신기한 경험을 한 기념으로 거녁에는 내가 바이어에게 술을 사고 좀 추운 날씨에 밖을 배회하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감기에 걸려버렸다. 다음날 아쳄에 또 다시 같은 바이어와 아침식사를 하는데 내 얼굴을 보고 “미스터 김! 오늘은 또 어디가 아프냐?”했다.
“어제 찬바람을 쐬고 술 마셔서 감기가 걸렸다. 좀 자고 싶은데…”
그러자 바이어는 또다시 보드카 100그램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번엔 후춧가루 한 숟가락을 타서 나에게 권했다. 그걸 마시면감기가 떨어진다고 하면서…
한국에서 감기에 걸리면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마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민간요법이 정말 비슷한가 의아해하면서 후춧가루 탄 보드카를 마셨다. 오후가 되니까 정말로 감기 기운이 없어졌다. 보드카가 탁월한 것인지, 후춧가루가 좋은 것인지 모르지만 설사와 감기 모두 보드카를 마시고 낫고 출장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지난 호에 이어]
보드카는 구입하여 바로 마시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하면 냉동실에서 꺼낸 보드카를 주문하고 집에서 마실 때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하루 정도 지나서 얼었는지를 확인하고 마셔야 한다.
하루 지나서 보드카가 얼어 있으면 그 보드카는 가짜로 판명된 것이니 버리고 얼지 않고 걸죽하게 되어 있으면 안심하고 마신다.
보드카는 40~50%의 알콜 성분으로 냉동실에 넣어두어도 얼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 가짜가 많은 러시아에선 물을 더 섞거나 대충 알콜 도수만 맞는 보드카를 만들어 유통시키곤 하는데 이런 보드카는 얼어버려서 가짜를 구별하기가 쉽다.
96년도에 해외에서 친구가 모스크바로 출장을 왔다. 또래 네 명과 직원 한 명 이렇게 다섯명이 술을 마셨는데, 그날 그 술집엔 냉동실에 보드카가 없다며 미지근한 것을 얼음에 타서 마시라고 해서 우린 보드카 대신 양주 한병을 시켰다.
양주도 워낙 가짜가 많아서 가장 싸구려로 통하는 패스포드 한병을 시켜서 딱 두 잔씩 마셨다. 500ml 한병을 시켜서 다섯명이 두잔씩 마시니 거의 한 병이 다 비워졌는데 그때부터 모두들 해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나와 친구들 모두 술을 잘 마시는 편이고 각각 보드카 한병씩은 마실 수 있는 주량이었는데, 두 잔씩밖에 안 마셨는데도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았고, 다른 한 친구는 연신 토하고 있었다. 나 또한 속이 안 좋아서 화장실로 가는데 왠지 모르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같이 있던 직원이 “사장님, 다리가 이상해요!”해서 밑을 보니 정말로 다리가 문어발 처럼 따로 움직였다.
엉금엉금 기어서 화잘실로 가고 난 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그 다음날 호텔에서 깨어났고, 친구는 아침에 다시 해외로 돌아가야 했으나 깨어나지 못해서 비행기를 못 탔고, 다른 친구는 그 다음날 저녁까지 계속 휴지통만 잡고 살았다.
가짜 양주를 마신 것이었다. 그나마 많이 마시지 않았으니 그 정도였지, 장님이 안 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라서 가짜 술도 대단히 많고 제조 방법 또한 무식하다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 공업용 알코올로 대충 순도를 맞추어 판매를 하니, 그 술을 마신 사람은 죽을 수도 있고 병신이 될 수도 있는데 정작 주조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안 마신다고 별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보드카 대신 가장 저렴한 양주를 시킨 것도 그나마 싼 술이니까 가짜가 적으려니 해서 였는데 그날은 가장 저렴한 양주 조차도 공업용 알콜을 섞은 시한폭탄이었던 것이다.
가짜가 문제인 것이지 제대로 된 보드카는 숙취도 없고 러시아에선 민간 약으로도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 민간요법에도 술을 이용하 것이 몇 가지 있는 것처럼 러시아의 보드카로도 민간 처방법이 있다.
워낙 장이 안좋은 나는 배탈 설사약인 ‘정로환’을 달고 다니는데, 한번은 출장 때 깜빡하고 챙기질 못했다. 긴장해서인지, 날씨가 확 바뀌어서인지 계속 설사가 나기 시작했다. 업체 손님과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속이 불편한 것을 눈치 챈 러시아 바이어는 주인에게 보드카 100그램을 주문했다. 소금도 같이.
‘해장술고 아니고 배 아픈데 왠 보드카?’ 하고 미심쩍어하고 있는데 러시아 바이어는 보드카를 나에게 한 잔 따라주고는 그 잔에 소금 한 숟가락을 넣었다. 그리곤 나더러 쭉 마시라고 했다. 그러면 설사가 멈춘다고.
안 그래도 뱃속이 난리인데 거기다 보드카에 소금까지… 내가 마시지 않고 있으니까 잔을 내 입에 들이미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마시게 되었다. 쓰고 짜고…결국 먹던 밥도 다 못먹고 식당에서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설사가 멈췄다.
그 신기한 경험을 한 기념으로 거녁에는 내가 바이어에게 술을 사고 좀 추운 날씨에 밖을 배회하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감기에 걸려버렸다. 다음날 아쳄에 또 다시 같은 바이어와 아침식사를 하는데 내 얼굴을 보고 “미스터 김! 오늘은 또 어디가 아프냐?”했다.
“어제 찬바람을 쐬고 술 마셔서 감기가 걸렸다. 좀 자고 싶은데…”
그러자 바이어는 또다시 보드카 100그램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번엔 후춧가루 한 숟가락을 타서 나에게 권했다. 그걸 마시면감기가 떨어진다고 하면서…
한국에서 감기에 걸리면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마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민간요법이 정말 비슷한가 의아해하면서 후춧가루 탄 보드카를 마셨다. 오후가 되니까 정말로 감기 기운이 없어졌다. 보드카가 탁월한 것인지, 후춧가루가 좋은 것인지 모르지만 설사와 감기 모두 보드카를 마시고 낫고 출장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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