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에코비스로지스틱스 김익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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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5.09 09:31   수정 : 2008.05.09 09:31
황당한 트럭기사

[지난 호에 이어]
지금도 현지 업체들과 거래할 때는 선결제 후 제품(화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미수가 발생될 소지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어느 정도 할인을 해주고 끝내라는 지시를 한다.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이렇게 끝내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다.
다시 사무실 얘기로 돌아가서, 우리 업체를 쉽게 생각하는 조직들, 이곳에서 말하는 마피아들도 자주 사무실을 찾아왔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미리 동태를 파악하고 나서 쳐들어오곤 했는데 말하자면 보호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기 전에 우선 며칠 간 사무실 근처에서 물동량을 파악하고 어떤 회사인지 판단하여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보호비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때마다 우리 사무실로 입고되는 화물은 달력, 책, 교회에서 사용되는 비상품들이어서 우리는 선교와 봉사를 목적으로 일하는 자선단체라고 우겨댔다. 나는 가난한 고려인 행세를 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양복을 입지 않고 허름하게 차려 입고 다녀서 보호비를 내 본적이 없다.
회사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96년 초부터는 사무실을 공항에 오픈하여 주요업무는 안전한 곳에서 했으나, 워낙 임대료가 비싸서 보호비를 주나 임대료를 주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 경험으로는 모스크바에서 정말 두려웠던 존재는 마피아나 일반 불량배가 아닌 경찰과 세관원들 이었다.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끊임없이 돈을 착취해 가는 그들보다 오히려 마피아가 더 정감있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회사 소유의 트럭하나 없던 시기에는 화물을 운송할 때마다 당일날 트럭을 임대하였다. 어느 눈 오는 날이었다. 직원이 트럭 기사를 데리고 왔다. 5톤 트럭으로 20년 정도는 족히 되어보이는 오래된 트럭이었는데 문제는 트럭보다도 그 기사의 눈빛이 너무나 마음에 안 들었다. 마치 갱 영화에서 조직폭력배로 잘 나오는 배우와 너무나 흡사했다.
그날도 통관은 힘들었다. 마감시간을 임박해 어렵게 통관을 끝냈다. 화물을 받아 공항에서 출발한 시간이 오후 5시였다. 거기서 사무실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였고 빨리 가서 분리작업 후 배달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트럭이 너무나 천천히 달리는 것이었다. 눈이 좀 내린 건 사실이었지만 모스크바의 겨울은 거의 매일 눈이 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눈 때문이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속도가 느렸다.
너무 천천히 가기에 빨리 가자고 재촉했지만 아무 답변도 없었다.
사무실 도착 시간은 6시 40분. 화물을 내리고 직원을 시켜서 기사에게 약속대로 80달러를 전달했다. 그런데 밖에서 큰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사무실 문을 박차고 그 눈빛 안 좋은 기사가 들어왔다. 40분을 더 일했으니 하루 일당을 더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좀 황당했지만 10달러 정도 더 주고 끝내려고 하는데, 이 녀석이 하루치 일당을 다 내놓으라고 책상을 꽝꽝 치고 난리가 아니었다. 하는 행동이 괘씸하거니와 그렇게 쉽게 80달러를 잃어버리기가 싫었다. 10달러만 더 주고 모른 체했더니 기사는 영화에서 람보가 사용하는 것 같은 길고 예리한 칼을 꺼내 직원과 나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느낌만으로는 권총보다 그 칼이 더 섬뜩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에도 그 돈 대문에라도 이놈이 나를 어찌하지 못할 거라 판단했다. 우선 직원들이 그 기사의 여권을 보았고 차량번호 등도 모두 알고 있다는 걸 그 녀석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협박하는 장도가 높아지자 직원들은 나에게 제발 나머지 돈을 줘버리라고 사정을 했다. 그 상황에서 트럭기사는 건달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여기 사무실을 뭐 어찌한다고 떠들어대고 가관이었다.
내가 돈이 없다고 버티는 사이 직원들끼리 돈을 모은 모양이었다. 5달러, 10달러 해서 30달러를 모았고 나머지 40달러는 밖에 나가서 1층에 있는 상점에서 빌려서 그 기사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직원들에게 화를 냈다.
“왜 허락도 안했는데 돈을 주냐!”
“익준 우리 월급에서 제하면 돼. 가불로 생각해.”
“내가 돈이 없어서 안 준 것으로 생각하는 거야?”
“돈이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우리가 상점에서 빌려왔다고!”
정말 화가 났다. 그런 건달에게 돈을 빼앗겼다는 것에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트럭 기사가 가고 난 뒤 잠시 후에 금고에서 돈을 꺼내 직원들에게 주고 상점에서 빌린 돈도 갚으라고 했다. 이번엔 직원들이 화를 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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