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떨어진 불, 한국 항공업계

  • parcel
  • 입력 : 2020.04.09 11:05   수정 : 2020.04.09 11:05
코로나 19 따른 사실상 셧다운, 화물과는 별개로 장기적 관점 필요
최근 정부 지원책 실효성 없어, 신속한 자금 지원 타이밍 놓치면 안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입 동반자인 항공.해운 물류업계의 긴장감 또한 증폭되고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화물 한정으로 항공 및 선박 제한은 없지만 현 사태의 장기화 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 당장 화물 감소보다는 주 캐쉬플로우인 여객 전면 감소로 극단적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일 보고서를 통해 올 3~6월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 규모를 최소 6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윤훈진 부장




항공화물의 경우 여객기 운항 중단에도 물동량 감소는 아직 유보적이다. 코로나 19에 따른 노선 운휴 스페이스 부족으로 일단 2월 물량은 증가했다.

2월 인천공항을 통한 화물 수송은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한 21만9,719t을 기록했다. 국내 항공사 별로는 대한항공이 9만6619t, 아시아나가 5만652t의 실적을 기록했다. 2월 화물 수송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15개월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력 품목이 2월 들어 회복세를 보였고 공급 감소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적사 이용 화주가 몰린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여객기 결항으로 인한 밸리 스페이스 공급이 줄어 최근 1달 간 화물 공급량은 36% 이상 감소한 실정이다.  특히 2월에는 중국향 보건.의료 화물 수요까지 신규로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 국가가 코로나 19 타격으로 공급망 변화가 심하고 무엇보다 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화물 수요 감소 가능성은 존재한다.

전 세계 항공 운항 감소세는 역대급

항공 DB업체 OAG에 따르면 3월 3주차 기준으로 전 세계적 항공 운항 수(예약)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했다.

중국발 항공은 코로나-19의 영향이 2월부터 시작되었으며 최대 70.8% 항공편이 감소됐다. 3월 16일 기준 32.1%를 회복하였지만 2019년에 비해 38.7% 감소하였으며 특히 홍콩 발 항공은 80.8% 대폭 감소했다.

아시아 주요지역은 1년 전보다 한국 56.1%, 싱가포르 35.5%, 일본 19.1%로 감소했다.

최근 코로나 쇼크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3월 9일 대비 52.3% 감소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3월 16일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73.9% 줄었다.

OAG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세계 허브 공항들의 기능 마비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운항 중지된 여객기의 운휴 노선 화물 수송 활용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원 없으면 항공사 대부분 5월말 파산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가 현 코로나 19 상황이 유지되면 5월 말까지 파산할 것이다"

항공 컨설팅 전문 기업 CAPA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항공사들의 경영난과 더불어 이런 전망을 내놓아 충격을 주었다.

CAPA는 코로나 19에 따른 국가 봉쇄로 대다수 항공사들이 파산이나 대출 기준점을 이미 돌파한 상태로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행기 유지비용 및 운항 시 이용객 급감으로 항공사들의 현금 보유력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정부의 코로나 19 관련 대책이 발표될수록 항공 수요는 감소하고 있어서 업계와 국가별 정부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별로 볼 때 미국, 중동, 중국 등의 대형 항공사들은 정부 및 모기업 지원이 높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있지만 아시아 지역의 항공사들은 이번 리스크에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CAPA는 각국 정부의 항공 산업 지원은 바로 시행되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IATA는 올해 들어 계속 항공업계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피해 규모는 늘어가고 있다.

IATA는 3월 중순 기준으로 올해 항공사 매출 손실은 최대 1,130억 달러(약 140조원)으로 예상 했지만 3월 말 들어서 피해 규모는 2,520억 달러(약 307조 원)로 추산하고 있는데 불과 2주만에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거의 매주 배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매출 손실 예상액이 880억달러(약 107조 원)로 가장 컸다.

3월 말 기준으로 전세계 181개국의 한국발 입국 금지·제한 조치에 따라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고, 국내선 여객은 60%까지 하락했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가 멈춰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항공업계, 자립 생존불가 상황...신속 지원 요구

이런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역시 대출금 상환이다. 항공사 채권 발행은 정부 국책은행 지급 보증이 필요한데 현재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으로 체권 발행 자금 조달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포괄적인 자금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2월과 3월에 2차례 항공업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LCC 금융지원, 운수권·슬롯 회수 유예, 공항사용료·과징금 납부유예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운수권·슬롯 회수 유예 대상을 기존 중국 노선에서 전체 노선으로 확대하고 공항사용료 감면 폭 확대, 지상조업사에 대한 계류장사용료 20% 감면 등의 조치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착륙료 및 시설 사용료 감면, 납부 유예 등의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항공사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전 세계 항공 네트워크가 마비가 된 상황에서 운수권 배분이나 신규 노선 지원도 효과는 제로라는 것.

이런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금융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3일 한국항공협회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정부 부처에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보냈다.

항공협회는 호소문에서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으며, 84만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항공사와 임직원은 조속한 위기 극복을 위해 유·무급 휴직, 자발적 급여 반납 등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며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코로나19는 우리 항공 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항공사에 대한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항공기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세금감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월 9천억원의 고정비는 적자로 쌓이고,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5조3천여억원 규모로 항공사와 임직원 모두가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세계 각국의 대규모 금융 지원을 언급하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 지난 달 미국과 독일은 파격적인 무한대에 가까운 금융지원을 밝혔고 프랑스, 싱가포르도 구체적인 금융지원에 나섰다. 또한 중국, 영국, 대만, 호주 등 다수의 국가들도 긴급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협회는 "항공산업은 국가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국제여객의 97%, 수출입액의 30%를 담당하는 등 우리나라의 인적·물적 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며 "항공사뿐 아니라 지상조업, 관광업 등 직간접 고용인원만 84만명으로 우리나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인 만큼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기에서 과감한 지원이 지연되고 타임을 놓치게 되면 국내 항공산업 생존은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으로 우려했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당장 근시안적인 화물기 및 화물 마켓 현황을 떠나 장기적으로 국적 항공사들의 생존 저하는 국내 항공화물 업계에도 크나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고 밝혔다.


2분기 수출, 코로나19로 악화될 듯...기계류 부진 심할 듯

한편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업계의 체감 경기가 악화되면서 2분기 수출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915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2/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79.0으로 2013년 1/4분기(78.4) 이후 7년 만에 80 밑으로 떨어졌다.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향후 수출여건이 지금보다 악화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59.7),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61.2), 무선통신기기(63.2), 기계류(67.1), 자동차(71.2), 반도체(77.0)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해외수요 부진, 조업 중단 및 운송제약에 따른 원부자재 조달 차질 등을 악화의 배경으로 들었다.

반면 선박(124.7), 가전(104.7), 농수산물(103.3)의 수출은 다소 개선되거나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선박은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인도 증가와 조선사 수주 회복, 가전과 농수산물은 한국산 선호도 증가 등이 수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목별로는 모든 항목이 90 이하를 기록하면서 수출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제 수급상황’(68.5), ‘수출 대상국 경기’(72.7), ‘상품 제조원가’(78.8) 등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2분기 주요 수출 애로요인 역시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17.2%), ‘원재료 가격 상승’(14.9%)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바이어의 가격인하 요구’(12.1%), ‘물류비용 상승’(10.8%) 순이었다.

 
[ⓒ 코리아포워더타임즈 & parcelherald.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