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보항공-이인재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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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9.05 09:41   수정 : 2011.09.05 09:41
Serial Contribution - 이인재 부회장의 ‘나와 6.25’ (2)

‘맥아더와 트루만’

세상만사가 본래 그렇던가?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일들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어지곤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에게 쌕쌔기 구경을 시켜준 것은, 실은 우리의 운명을 바꾼 또 다른 사람들이었으니 바로, 맥아더와 트루만이 그들이다.
6.25 남침 바로 3일만에, 주일 미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는 한국 전선을 시찰하고 돌아가서는 미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군사개입을 상신했고, 트루만은 신기하게도 대단히 신속한 파병조치를 취했다.
미국 정치사에서는 다소 덜 떨어지는 평가를 받는 트루만 대통령. 그러나, 6.25 전후에 그가 보여준 정치적 판단은 매우 현명했고, 결단은 과감한 것이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서, 미군의 피를 덜 흘리고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했 소련의 참전을 요구했던 전임 루즈벨트 대통령의 실책을 통감하고 있던 트루만은, 북한의 남침 저변에 깔려 있는 소련의 야욕을 눈치채곤 매우 과단성있는 유엔군 파병 조치를 취했고, 그 덕분에 우리 흥남 시골 촌놈들은 가을 잠자리 사라진 하늘의 쌕쌔기들을 신나게 구경할수 있게된 것이었다.
쌕쌔기의 뒤를 이어 나타난 것은 '사다리 비행기' 였다. 왜 그렇게 불렸지는 모른다. 여하튼, 이 비행기는 이름에서 풍기듯이 느리고 높이 나는 비행기였다.
쌕쌔기와는 달리 언제나 편대 비행이었고, 굉음도 없었다.고공비행을 하다보니 당연히 느리고 조용했는데, 우린 쌕쌔기가 나타나면 혼비백산 하다가도, 사다리 비행기가 나타나면 그저 몇대인가 세어보곤 뭉게구름 쳐다보듯 멀뚱멀뚱할 뿐이었다.
당시 전투기와 폭격기의 개념이 없었던 무식한 시골 촌놈들이었지만, 어느날 이들의 폭격을 받은 비료공장이 어마어마한 불꽃과 연기를 내며 다음날까지 불타는 것을 목격하곤, 저것들도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공군과 육군 사이엔 진격 속도에 차이가 있었다.
미 공군 전투기들이 북한 영공을 자기네 안방같이 휘젓고 다녔지만, 아직 유엔군(사실상 미 육군)의 그림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자고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라면, 대부분 부산 - 서울 - 신의주를 잇는 동남 - 서북 축이 주축이고, 인구 적고 산이 많은 함경도 지방은 병참 기지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어, 오히려 전쟁 피해가 적곤 했는데, 이번엔 과연 어떨까 ?
전투 진행 상황을 브리핑받지 못하던 나와 동네 꼬마들은 그저 태풍 전야의 고요함이 진짜 평화인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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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화물업계의 원로인 동보항공의 이인재 부회장은 함경남도 흥남출신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 직접 겪은 6.25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했는데 본지가 이 부회장의 허락을 얻어 연재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젋은 국제물류인들에게 60주년을 맞이한 6.25의 비극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원문을 다소 편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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