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복수
[지난 호에 이어]
이런 일을 하도 여러 번 당했기 때문에 나는 웃으면서 “제가 대표를 맞고 있습니다. 앉으시죠.” 했다. 상대방은 내내 아무 말이 없이 앉아 있기만 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곳에서 영업을 준비 중인데 협력을 할 수 있는지요. 우리가 영업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겠습니까?”
“여기서요? 마음대로 하세요! 만일 당신이 우리 통관 파트너를 만나면 내가 그 통관 파트너 일을 못하게 만들 것이고, 바이어를 만나면 그 바이어 화물은 절대 안 실어줄 거니까. 그동안 당신네 같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곳에서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전부 다 나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마음대로 하세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기왕에 한 점심약속이니 식사나 같이 하시죠.”
“나는 다른 곳에 또 약속이 있어서요. 김익준 씨 혼자 드시죠.”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일어나서 레스토랑을 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는 혼자 식사를 시켰고 보드카 한 병을 마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집에 와서 저녁에 가끔 혼자 술을 마시는 적은 있어도 밖에서 혼자 술 마신 적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 그때 보드카 한 병을 마시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여기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영업을 해야 할 당위성을 오늘 찾게 되는구나! 얼굴이 동안인 내 외모의 단점을 이번에는 장점이 되게 만들어주마.‘
아무 준비 없이 일주일 예정으로 온 출장이라서 곧 모스크바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나는 일정을 바꿔 모스크바와 본사에 전화를 했다.
“이곳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영업이 될 때까지 있을 것이니, 다른 주재원들이 맡아서 모스크바를 잘 꾸려나가세요…”
“아니, 그럼 언제 오세요? 모스크바도 바쁜데요…”
“이곳에서도 우리 회사의 노하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러니 또 하나의 흑자 지사가 나올 것으로 좋게 생각하시고 다른 지역 잘 보살펴주십시오.”
전화를 끊고 곧바로 그날 오후부터 사무실과 장기 투숙할 아파트를 찾아 나섰다. 그때는 현지인 급료가 한국의 1/5 수준밖에 안되었는데 2/5 정도로 급료를 조건으로 현지인을 소개받아 그 다음주부터 영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국인 업체로서는 엄두를 못 내는 공항의 한가운데에 사무실을 오픈했고, 두 명의 현지인을 채용할 때도 3개국어가 되는 엘리트와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으로 채용했다.
통관 파트너의 도움은 처음부터 받지 않았다. 경쟁업체에 노하우가 노출되지 않게끔 해야 하므로 처음 몇 번은 내가 혼자 통관을 해보고, 그 다음엔 직원들을 시켜서 진행했으며, 모스크바의 통관 상황을 상기하면서 통관을 하니 통관 파트너 없이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통관이 잘 되었다. 직원들도 워낙 경험이 많았고 모스크바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둔 실무자료집을 가지고 참고하여 일을 하니 사무실 오픈 후 석 달이 지날 때쯤엔 우리 회사만한 통관 및 운송의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없었다.
우리 스스로 루트를 만들고 바이어를 확보해 두니 오히려 통관 파트너와 항공사측에서 접근해 왔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다. 연재의 경쟁업체만큼의 가격과 대우만 해 달라.”라고 말했다. 통관 파트너와 항공사도 러시아에 지사가 많은 우리 회사에 당연히 구미가 당겼을 테고 우리의 조건도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쉽게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영업을 알리고 전체 바이어에게 같은 가격으로 세일을 시작하였다. 그곳에 출장을 간 지 8개월 만에 흑자를 만들었고 그로부터 한 달 후에는 처음에 나에게 무안을 주었던 독점업체 사장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당연히 나는 예전과 같은 입장이 아니었고 서로가 아주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타협이 안 되면 양측 모두 손해일 수밖에 없었기에 합의를 하게 되었지만 불과 몇 개월 전의 상황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합의를 이루어내었다.
합의 후 그와 술을 마시고 가라오케의 시끄러운 방에 갔을 때 난 그가 듣지 않게 혼잣말로 그에게 말했다. “왜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을 하십니까. 그때 저에게 어느 정도 예의만 갖추었다면 나는 모스크바로 갔을 텐데요. ‘이런 젊은 친구가 내 경쟁 상개가 되겠어’ 하며 나가는 당신 모습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게 많지요. 나는 당신이 방심하게끔 지난 5개월을 기다리면서 지금 당신에게 다시 무시 못 할 존재로 나타난 것입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 계속]
[지난 호에 이어]
이런 일을 하도 여러 번 당했기 때문에 나는 웃으면서 “제가 대표를 맞고 있습니다. 앉으시죠.” 했다. 상대방은 내내 아무 말이 없이 앉아 있기만 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곳에서 영업을 준비 중인데 협력을 할 수 있는지요. 우리가 영업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겠습니까?”
“여기서요? 마음대로 하세요! 만일 당신이 우리 통관 파트너를 만나면 내가 그 통관 파트너 일을 못하게 만들 것이고, 바이어를 만나면 그 바이어 화물은 절대 안 실어줄 거니까. 그동안 당신네 같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곳에서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전부 다 나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마음대로 하세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기왕에 한 점심약속이니 식사나 같이 하시죠.”
“나는 다른 곳에 또 약속이 있어서요. 김익준 씨 혼자 드시죠.”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일어나서 레스토랑을 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는 혼자 식사를 시켰고 보드카 한 병을 마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집에 와서 저녁에 가끔 혼자 술을 마시는 적은 있어도 밖에서 혼자 술 마신 적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 그때 보드카 한 병을 마시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여기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영업을 해야 할 당위성을 오늘 찾게 되는구나! 얼굴이 동안인 내 외모의 단점을 이번에는 장점이 되게 만들어주마.‘
아무 준비 없이 일주일 예정으로 온 출장이라서 곧 모스크바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나는 일정을 바꿔 모스크바와 본사에 전화를 했다.
“이곳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영업이 될 때까지 있을 것이니, 다른 주재원들이 맡아서 모스크바를 잘 꾸려나가세요…”
“아니, 그럼 언제 오세요? 모스크바도 바쁜데요…”
“이곳에서도 우리 회사의 노하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러니 또 하나의 흑자 지사가 나올 것으로 좋게 생각하시고 다른 지역 잘 보살펴주십시오.”
전화를 끊고 곧바로 그날 오후부터 사무실과 장기 투숙할 아파트를 찾아 나섰다. 그때는 현지인 급료가 한국의 1/5 수준밖에 안되었는데 2/5 정도로 급료를 조건으로 현지인을 소개받아 그 다음주부터 영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국인 업체로서는 엄두를 못 내는 공항의 한가운데에 사무실을 오픈했고, 두 명의 현지인을 채용할 때도 3개국어가 되는 엘리트와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으로 채용했다.
통관 파트너의 도움은 처음부터 받지 않았다. 경쟁업체에 노하우가 노출되지 않게끔 해야 하므로 처음 몇 번은 내가 혼자 통관을 해보고, 그 다음엔 직원들을 시켜서 진행했으며, 모스크바의 통관 상황을 상기하면서 통관을 하니 통관 파트너 없이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통관이 잘 되었다. 직원들도 워낙 경험이 많았고 모스크바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둔 실무자료집을 가지고 참고하여 일을 하니 사무실 오픈 후 석 달이 지날 때쯤엔 우리 회사만한 통관 및 운송의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없었다.
우리 스스로 루트를 만들고 바이어를 확보해 두니 오히려 통관 파트너와 항공사측에서 접근해 왔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다. 연재의 경쟁업체만큼의 가격과 대우만 해 달라.”라고 말했다. 통관 파트너와 항공사도 러시아에 지사가 많은 우리 회사에 당연히 구미가 당겼을 테고 우리의 조건도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쉽게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영업을 알리고 전체 바이어에게 같은 가격으로 세일을 시작하였다. 그곳에 출장을 간 지 8개월 만에 흑자를 만들었고 그로부터 한 달 후에는 처음에 나에게 무안을 주었던 독점업체 사장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당연히 나는 예전과 같은 입장이 아니었고 서로가 아주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타협이 안 되면 양측 모두 손해일 수밖에 없었기에 합의를 하게 되었지만 불과 몇 개월 전의 상황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합의를 이루어내었다.
합의 후 그와 술을 마시고 가라오케의 시끄러운 방에 갔을 때 난 그가 듣지 않게 혼잣말로 그에게 말했다. “왜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을 하십니까. 그때 저에게 어느 정도 예의만 갖추었다면 나는 모스크바로 갔을 텐데요. ‘이런 젊은 친구가 내 경쟁 상개가 되겠어’ 하며 나가는 당신 모습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게 많지요. 나는 당신이 방심하게끔 지난 5개월을 기다리면서 지금 당신에게 다시 무시 못 할 존재로 나타난 것입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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