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또 다른 시작
불편한 동안(童顔)
[지난 호에 이어]
“너희가 러시아에서는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다른 나라다. 지금까지 다른 업체들도 그랬듯이 아마 너희도 못버티고 떠날 것이다. 그러니 인사 나누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다.” 하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나는 그 일 이후로 직업적 오기가 생겼고 상대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업무적으로 대등한 위치를 만들어 놓고 다시 나와 협상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내가 좀 더 확고하게 나오니 그는 아무 말도 없었고, 잠시 후에 나는 그에게 타협점을 찾자고 했다. 항공과 선박을 분리하여 공동 영업을 추진하기로 제의를 했다. 그는 처음에 그게 무슨 수로 지켜지겠느냐며 반신반의하는 듯했으나 나는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다시 만나서 상의하자고 종용하여 타협을 마무리지었다. 그날 그와 나는 같이 술을 엄청 마셨다.
모스크바에서부터 보드카로 단련이 돼 있어서 보드카, 위스키 등 있는 술을 다 마시고, 그 이후엔 그가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날부터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었다.
나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독점보다는 타협을 원한다. 조금만 양보를 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이외에 몇 개의 지사도 같은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나로 하여금 직업적 오기가 발동하게 했던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어떤 지역에 출장을 간 김에 이 지역에 지사를 낼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그곳 통관 파트너를 만나고 항공사, 바이어들을 접촉한 후에 그곳에 이미 다른 업체가 독점하여 자리를 잡은지 4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현지에서 업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알게 된 그 독점업체는 나를 좀 만나자고 했다.
현지 식당 점심시간에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려고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서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시간에 조금 늦게 온 그 업체 대표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내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와서 내 얼굴을 보더니 “어? 사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전 직원이 아니라 사장님을 만나기로 했는데요.”했다.
나는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해 본 게 아니라서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를 알았다. 내 얼굴이 동안인 편이라 이런 대접을 받기 일쑤였던 것이다. 내가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남들은 얼굴이 동안이라 나이가 어려보여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큰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물류업계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50대를 넘은 분들이고, 한국 사회에서는 직급에 맞는 연령과 얼굴을 갖추고 있어야 유리한 점이 많다. 관공서를 상대로 영업을 할 때는 더더욱 이런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에 한국의 고위 관리자를 해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우리 직원들이 만나서 여러 가지 협의를 한 적이 있었고, 그리고 그때 진행되고 있던 일이 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서 회사의 이미지도 좋게 되고 있는 시점에 서 내가 찾아갔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그분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비서가 “서울에서 에코비스 사장님이 오셨습니다.”하고 안에다 알려주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나는 들어가기 전 약간 열린 문 큼으로 그 고위 공직자의 모습을 보았다. 급하게 슬리퍼에서 구도로 갈아 신고 양복을 고쳐 입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나를 처음 본 그분은 뭐에 놀란 것처럼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회의 의자에 먼저 앉으셨다. 그러면서 “나, 누구입니다.”하고 명함을 그냥 테이블 위에 놀려놓고 나보고 집어가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순간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버렸다.
나이와 외모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예의를 갖추고 찾아왔고 약속을 했으면 서로가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어야 할 텐데 첫 대면부터 일이 꼬이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날의 대화는 그냥 형식적인 것뿐이었고 아무런 협의사항도 없이 끝났다.
[다음 호에 계속]
불편한 동안(童顔)
[지난 호에 이어]
“너희가 러시아에서는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다른 나라다. 지금까지 다른 업체들도 그랬듯이 아마 너희도 못버티고 떠날 것이다. 그러니 인사 나누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다.” 하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나는 그 일 이후로 직업적 오기가 생겼고 상대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업무적으로 대등한 위치를 만들어 놓고 다시 나와 협상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내가 좀 더 확고하게 나오니 그는 아무 말도 없었고, 잠시 후에 나는 그에게 타협점을 찾자고 했다. 항공과 선박을 분리하여 공동 영업을 추진하기로 제의를 했다. 그는 처음에 그게 무슨 수로 지켜지겠느냐며 반신반의하는 듯했으나 나는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다시 만나서 상의하자고 종용하여 타협을 마무리지었다. 그날 그와 나는 같이 술을 엄청 마셨다.
모스크바에서부터 보드카로 단련이 돼 있어서 보드카, 위스키 등 있는 술을 다 마시고, 그 이후엔 그가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날부터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었다.
나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독점보다는 타협을 원한다. 조금만 양보를 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이외에 몇 개의 지사도 같은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나로 하여금 직업적 오기가 발동하게 했던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어떤 지역에 출장을 간 김에 이 지역에 지사를 낼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그곳 통관 파트너를 만나고 항공사, 바이어들을 접촉한 후에 그곳에 이미 다른 업체가 독점하여 자리를 잡은지 4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현지에서 업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알게 된 그 독점업체는 나를 좀 만나자고 했다.
현지 식당 점심시간에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려고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서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시간에 조금 늦게 온 그 업체 대표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내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와서 내 얼굴을 보더니 “어? 사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전 직원이 아니라 사장님을 만나기로 했는데요.”했다.
나는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해 본 게 아니라서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를 알았다. 내 얼굴이 동안인 편이라 이런 대접을 받기 일쑤였던 것이다. 내가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남들은 얼굴이 동안이라 나이가 어려보여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큰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물류업계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50대를 넘은 분들이고, 한국 사회에서는 직급에 맞는 연령과 얼굴을 갖추고 있어야 유리한 점이 많다. 관공서를 상대로 영업을 할 때는 더더욱 이런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에 한국의 고위 관리자를 해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우리 직원들이 만나서 여러 가지 협의를 한 적이 있었고, 그리고 그때 진행되고 있던 일이 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서 회사의 이미지도 좋게 되고 있는 시점에 서 내가 찾아갔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그분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비서가 “서울에서 에코비스 사장님이 오셨습니다.”하고 안에다 알려주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나는 들어가기 전 약간 열린 문 큼으로 그 고위 공직자의 모습을 보았다. 급하게 슬리퍼에서 구도로 갈아 신고 양복을 고쳐 입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나를 처음 본 그분은 뭐에 놀란 것처럼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회의 의자에 먼저 앉으셨다. 그러면서 “나, 누구입니다.”하고 명함을 그냥 테이블 위에 놀려놓고 나보고 집어가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순간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버렸다.
나이와 외모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예의를 갖추고 찾아왔고 약속을 했으면 서로가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어야 할 텐데 첫 대면부터 일이 꼬이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날의 대화는 그냥 형식적인 것뿐이었고 아무런 협의사항도 없이 끝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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