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송업체성장한계의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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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9.29 16:45   수정 : 2009.09.29 16:45
“중소특송업체들이여! 뭉치는 것만이 살길이다”
성장 한계 이미 봉착…채산성 악화는 이미 옛말
서로 다른 노하우 묶는 적극적인 M&A·연합체 만들어야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입니다. 우리에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그저 망하지 않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죠.”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20년이 넘었다는 한 중소 국제특송업체 사장은 체념하듯 말한다.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찾아 기뻤고 한 때 직원 50명이 넘게 거느렸던 그는 이제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한다. 미수금에 치이고 직원들에게 외면당하고 파트너에게 배신당하면서 회사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아시아에서 꽤 잘 나가는 한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도 근면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서비스를 한다는 한국에서 왜 제대로된 특송업체가 없을까? 왜 중소업체들은 그저 중소업체로 머무를 수밖에 없을까? 새로운 묘안은 없을까? 의문은 계속된다. / 김석융 편집부장·기자  

상업서류송달업 등록을 담당하는 서울지방항공청(2007년에 건교부 국제항공과에서 지방항공청으로 등록업무가 이관됐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업서류송달업 등록증을 가진 업체는 374개에 달했다. 지난 2007년 12월 기준으로 218개였는데 2년도 안돼 무력 174개나 늘어난 것이다.
국제특송업의 법적용어인 상업서류송업은 ‘타인의 수요에 응하여 유상으로 우편법 제2조제2항 단서의 규정에 해당하는 수출입 등에 관한 서류와 그에 부수되는 견본품을 항공기를 이용하여 송달하는 사업을 말한다(항공법 제2조제33호)’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2년에 항공기뿐만 아니라 해상선박도 포함된다고 했으니 해상특송까지 합치면 적어도 450개 업체 이상이 되지 않을까 추측된다. 10년전 만에서 최대 50개 이하의 업체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열 배에 가까운 폭발적인 증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업체들 중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등록증만 갖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적게 잡아도 300개 업체 이상은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업체 수 증가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국제특송 물량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국제특송물량은 10년전 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8년 기준으로 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파이가 커진 것보다 업체 수는 더 늘어났다. 매출 규모는 약 2.7배 증가했지만 업체수는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법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997년 상업서류송달업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됨에 따라 어느 정도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됐다. 게다가 어카운트만 있으면 쉽게 독립할 수 있는 업종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업체수를 기록한 것이다.

업체수 10년전보다 10배, 점유율은 아직 10%

그러나 업체수의 다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 국제특송업종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막말로 ‘먹을 거리가 많은 곳에 사람이 북적인다’는 말이 있듯이 국제특송이라는 터전에 ‘먹을 거리가 많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답은 몇가지 통계에서 말해 준다. 본지를 비롯해 연구 발표집을 보면 DHL, FedEx, TNT, UPS, OCS 등 이른바 글로벌 국제특송업체들과 우체국EMS의 마켓 점유율은 거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300개 업체 이상의 중소 특송업체들이 10%의 파이를 나눠먹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2003년에 나온 한 일간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150개되는 중소업체들이 그때도 여전히 1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점이다. 시간이 흘러도 메이저업체들의 파이는 더욱 늘어나고 있고 중소업체들의 파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영세한 자본, 취약한 재투자, 극심한 인력유동성 등 현재 중소특송업체들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병이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특송기업으로 꿈을 꾼다는 것은 지난가는 소가 웃을 노릇이라고 한다.

장점 가린 단점들 수두룩

그렇다면 다른 방책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국제특송 노하우를 살려 더 높은 곳을 지향할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일련의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중소특송업체의 장점을 찾아봐야 한다.
중소업체들의 서비스 구조는 도시간 특송(City to City Express) 또는 포인트간 쿠리어(Point to Point Courier)다. 글로벌 특송기업보다 신속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부지런하다. 밤 11시 12시까지 물건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 중소 특송업체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장점인지도 모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요한 장점은 도시간 특송을 오랫동안 하다보니 특정 구간에 대해서는 ‘도사’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화물 영업루트를 잘 알고 있고 오퍼레이션 방법. 운임, 통관 정보, 배송루트 등등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점은 장점보다 많다. 구조적으로 포인트간 쿠리어 비즈니스는 어느 정도 물량이 많아지면 비효율적으로 변하기 쉽다. 인력적인 부분에서도 자신이 일궜던 영업노하우를 직원이 일부라도 갖고 나가 독립하거나 경쟁회사로 가면 회사는 그만큼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정확한 원가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산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본·지사의 영업 현황, 비용 현황을 분석해서 철저하게 관리를 해 나가야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 규모가 상당히 부담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나마 중견 특송업체들의 경우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현재 어느 정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력 누수에 따른 충격에는 여전히 취약한 형편이다.
회사 브랜드가 약한 것도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강하려면 획기적인 서비스 상품의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편리성과 신속성, 안정성, 정확성을 고루갖춘 서비스로 승부를 한다면 운임의 차이에 따라 움직이는 화주는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이같은 구도는 ‘이상적인 그림’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고 있다. 경쟁 자체가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누가 한번 가격을 흔들어 놓으면 서비스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바로 진흙탕이 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중소특송업체들은 요즘과 같이 항공운임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에도 화주들에게 가격을 올려달라는 소리를 못하고 있다.
국제 항공특송 운임의 경우 지난 9월 1일부터 올랐다. 국제특송업계에 따르면 한-중 노선에서 kg당 200원, 한-미 노선 kg당 400~500원이 각각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일반 항공화물 뿐만 아니라 특송화물도 향후 계속 인상시킬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러나 고객화주 판매가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채산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 악성 미수금까지 생기면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특송 얼라이언스·M&A 필요한 시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이 바로 특송 얼라이언스 즉, 국제특송 연합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각 업체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기반으로 신사협정을 맺고 가야 한다. 내 화주는 영원히 내 고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채산성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방책이 바로 M&A(인수합병)이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대적 M&A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중소업체들이 국내 대형 물류기업의 투자 원하거나 M&A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성장의 정점을 느낄 때 새로운 비상을 꿈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과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합체나 M&A로 가기위해서는 많은 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뭉치지 못하면 300여 특송기업들은 줄어드는 파이를 갖고 향후 10년이 지난도 아웅다웅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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