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섦]계약은계약이지만…

  • parcel
  • 입력 : 2009.04.13 18:06   수정 : 2009.04.13 18:06
해상과 항공 화물의 운임이 최근 일제히 올랐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전세계 주요 선사들과 항공사들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본격화된 끝모를 운임 하락에 캐파 축소라는 극한의 조치를 잇따라 취하면서 ‘운임조정’을 단행해 채산성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국적항공사의 경우 실제 운임과 함께 계상됐던 화물유류할증료가 제로 베이스로 떨어지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운임인상을 2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세 차례나 잇따라 운임을 인상시켰다. 2월에 단거리 노선에 대한 운임인상이 있더니 3월 16일에는 미주노선에 대해, 4월 1일부터는 유럽 및 기타 장거리 노선에 대해서도 운임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성수기에도 드문 케이스다.
이러한 일련의 운임인상으로 포워딩 업계는 감당못할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한국발 항공화물이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나온다는 점과 대기업과 일정기간 고정운임으로 계약맺었다는 점 때문에 항공사의 잇따른 운임인상은 포워더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포워딩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의 운임인상으로 적게는 kg당 300원에서 많게는 1,000원 이상 적자가 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 LCD와 핸드폰 화물이 ‘대박’을 치면서 대기업 계약 포워더는 ‘어쩔 수 없이’ 큰 적자를 감당해야 할 실정이다. 실제로 모 계약 포워더의 경우 지난 3월 한달 동안 약 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다른 업체들도 만약 50톤의 화물을 운송할 경우 5,0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적자폭에도 대기업 화주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연초 포워더들이 써낸 계약 운임대로 실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그 가격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대로 해야 하는 것”이란게 그 논리다. 사실 대기업들이 운임인하를 유도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계약 포워더들이 낮은 가격에 입찰했고 계약대로 일정기간 동안 화물을 같은 가격으로 운송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유류할증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대기업들은 일부 비용 보전을 해 준 사례가 있었다. 당시에도 엄연히 계약서가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아량을 베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포워더들의 어려움을 대기업들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때는 화물 유류할증료라는 부대할증료였고 이번에는 운임이었던 점이 틀리지만 아량의 범위는 적용대상에 상관없다고 본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화주들은 이같은 아우성에 무응답으로 일관할 고 있어 포워딩 업계의 속만 새카맣게 타고 있다.
이번 항공화물 운임인상 여파는 포워딩 업계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대기업과의 계약에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 화물을 유치해야 ‘1년 농사’가 된다는 인식 때문에 경쟁적으로 저운임 입찰한 것이 현재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제안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입찰해야 할 것이며 근래와 같이 변동폭이 큰 시대에 그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내적 외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중소 기업인 포워더를 함께 발전해야할 파트너라고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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