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컨테이너선 독점 심화...미국향 스페이스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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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7.08 10:18   수정 : 2024.07.08 10:18

한국 기업 74% 납기차질 빚어...비용 늘고 배 없는 팬데믹 재림
여름 내내 이어질 경우 거래선 리스크 노출, 환경 및 수요 여파로 고운임 시대 재도래 





석유화학업종 대기업 A사는 통상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3분기(7∼9월) 성수기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폴리프로필렌 등 주제품을 북미 시장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데, 중국 업체들이 한 달 전부터 컨테이너선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컨테이너 운임도 다음 달 재계약 때 최소 50% 넘게 뛸 것으로 보인다. A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에 적자인데 물류난으로 재고까지 쌓이면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 중견기업 B사는 최근 한 달간 미국 공장에 보내야 하는 부품 선적 예약을 세 번이나 실패했다. 당장 이번 주에도 나가야 하는 물량이 있는데 이미 배들이 중국에서 다 찼다고 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미국 현지 공장 라인을 멈출 순 없고, 결국 두세 배 비용을 내고 항공편으로 급하게 부품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선언으로 국내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기업들이 관세 인상 전 제품을 미국에 보내놓으려고 전방위적인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바다 수출길’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으로 물류난을 겪고 있던 국내 기업들은 최근 한 달 새 급등한 물류비에 배조차 잡지 못해 ‘팬데믹급 물류대란’에 직면했다.

전 분야 중국발 밀어내기 파워, 계약 싹쓸이 이어져

지난달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대중국 고관세 정책 발표 이후 중국 기업들은 가전, 자동차, 기계·부품, 석유화학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미국향 컨테이너선 계약을 싹쓸이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범용 반도체, 의료기기, 태양광 제품에 대해 관세를 2∼4배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대형 컨테이너선들은 북미와 중남미에서 출발해 중국에서 50∼60% 물량을 실은 뒤 한국에서 나머지 물량을 싣고 미주 시장으로 돌아가는 항로로 움직인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곧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공포에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품을 내보내면서 물류비가 더 치솟고 배의 선적 공간을 모두 선점하고 있다”며 “관세 대상 품목뿐만 아니라 향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까지 가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동아일보와 함께 국내 수출기업 162개사를 대상으로 중국발 물류대란 피해를 긴급 조사한 결과, 북미·중남미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 10곳 중 7곳(69.1%)이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발표 이후 한 달 새 해상운송료 급등, 선적 예약 실패 등 물류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1.7%의 기업들은 최근의 물류난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슷하다’(46.9%)거나 ‘더 심각한 수준’(14.8%)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수출기업의 74.1%는 선적에 어려움을 겪어 납기 차질을 빚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적 실패로 인한 재고로 비용 상승을 겪고 있다고 답한 기업도 74.1%를 차지했다. 최근 한 달간 해상운송료 증가 폭에 대해서는 ‘50% 이상 올랐다’(20.4%)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를 포함해 10곳 중 4곳은 해상 운송료가 30% 이상 올랐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기업들 중 대부분(75.9%)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선박 예약만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항공 운송 등 대체 물류 타진 중’이라는 응답은 18.7%, ‘다른 지역으로 수출 대체를 시도 중’은 5.4%에 그쳤다.

실제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1일 3044.77로 1주 만에 341.34포인트 치솟으며 팬데믹 시기이던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000 선을 뚫었다. 이달 7일 3184.87, 14일 3379.22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7, 8월이면 3개월 단위 계약 기간이 종료된다. 이미 추가 물류에 대한 프리미엄 비용이 기업들의 한계선을 넘으면서 재계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미주 현지 부품 난이도 증가, 현지 바이어 리스크 심화

대기업들은 미주 현지 공장에서 쓸 부품을 보내기 어려워지면서 영향권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해외 최대 공장을 비롯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건조기 공장을 운영 중이다. 경남 창원 등 국내 부품공장에서 모터를 비롯해 주요 부품이 넘어가야 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대안 선박 확보 등 대응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존 홍해 리스크에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현지 수출 및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있어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대미 수출 물량이 많은 한국GM이나 현지 공장에 부품을 보내야 하는 부품사들은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시장은 연말 시즌 물량이 미리 움직이는 3분기가 성수기라 물류난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은 배가 부족하니 자동차 운반선이 아닌 컨테이너선에 차를 실어서 수출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 번에 계약하는 물량이 많고 브로커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배를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물류 네트워크와 대응 시스템도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비상 사태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수출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해상 운임료 급등과 재고 관리비용 증가로 경영수지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 상황이 여름 내내 이어져 납기 차질이 되풀이되면 공들여 구축해 놓은 미국 현지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끊어질까 봐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희망봉 항로 우회 장기화 가능성 높아, 수요 증가까지 이어져 고운임 지속

또한 대다수 컨테이너 선사들이 후티 반군의 수에즈 운하 항로 공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우회하기 시작한지 약 6개월이 지나면서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희망봉 항로 우회는 컨테이너 실질 공급 용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아시아발 화물 운임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기관들의 추정치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5~9%의 글로벌 실질 용량이 감소 되었으며 항로 우회로 인해 컨테이너 장비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예멘의 석유 수출 터미널을 계속 봉쇄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분쟁 중인 양측 간의 지속 가능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작전은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으며, 홍해 지역의 광범위한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근 컨테이너 운임의 급등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달 SCFI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Xeneta는 홍해의 여파는 여전히 컨테이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홍해를 우회하면서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이 더욱 강력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환적 비율이 30% 수준에 머물던 바르셀로나 항만의 경우 그 수치가 50%로 증가했다. 특히 팬데믹 시기 항만 혼잡은 부분적으로 발생한 내륙 교통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였지만, 이번에는 항로 변경으로 인해 환적이 증가하면서 환적 허브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KMI는 최근 해상 운임은 물량 증가, 성수기 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급 문제로 인해 운임 인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선복 확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KMI는 내다봤다.

이에 일부 화주들은 연말 상품까지 조기 선적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MI는 일괄운임인상과 성수기할증 등으로 운임 상승이 지속되고 있으며 향후 캐나다 파업여부와 선사들의 대규모 추가 선박 투입이 시장 운임의 변화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신조 컨테이너선 7척 투입 발표...부산항 컨 공용장치장 확대

한편 정부는 최근 해상물류 운임비가 지속 상승함에 따라 향후 선복 부족 가능성 등에 대비하고, 강건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입 해상 물류 지원 대책을 긴급 마련하였다.

먼저, 수출입물류 영향을 점검한 결과 현재까지 수출품 선적 등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나, 희망봉 우회로 인한 운송 지연 및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정부는 향후 선복 부족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적선사 HMM을 통해 ①6~7월 중 물동량 수요가 높은 미(美) 서안, 동안 지역을 비롯하여 중동 지역에 3척의 임시선박(총 0.9만 TEU 규모)을 긴급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하반기 중으로 대형 신조 컨테이너선 7척(총 7만 TEU 규모)을 미국 서안 및 동남아 주요 노선에 투입하고, 항차당 1,685TEU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전용선복 제공을 추진하는 등 국적선사와의 협력을 통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수출기업의 운임비 부담 경감과 유동성 지원을 위해서 물류비 지원이 가능한 수출 바우처 하반기 지원분 202억 원을 조기에 집행하는 한편, 향후 운임비 상승 추이를 고려하여 필요시 추가 물류비 지원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또한, 대금결제 지연 등에 대비하여 수출신용보증 보증한도 우대(1.5배), 보험금 신속 지급 등의 지원대상과 시행시기를 확대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부산항 신항 인근 부지에 시중 대비 저렴한 수준의 컨테이너 공용장치장 규모를 추가(700TEU)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반(반장:해수부 차관)을 지속 운영하는 동시에 수출비상대책반(반장: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중심으로 애로 발굴.해소를 지원하고, 코트라.무역협회 내에 정보제공 및 애로접수 창구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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