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나와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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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2.09 11:27   수정 : 2012.02.09 11:27
아수라장 같은 사흘 밤낮 船上

드디어 피난민들의 승선이 시작됐다. 승선에 앞서 일단 철저한 Baggage check가 실시되었다. 싸이즈가 큰 짐은 무조건 압수, 몇군데 쌓아놓곤 불을 질러 몹시 원망스러웠으나, 나중에 그들의 장비와 차량까지도 불태우는 것을 보고, 한사람의 피난민이라도 더 태우려는 그들의 뜻을 헤아리곤 머리를 숙였다.
우리 식구도 차례가 되어 배에 올랐다. 두 동생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안기고 업혔고, 나도 할아버지에게 업혀  배에 들어섰다. 그 매서운 칼바람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살맛이 났다.
우리 가족은 제일 앞 열이었기 때문에 가장 아랫쪽 빈 창고같은 덱크에 배정됐다. 나를 업은 채 몇층씩이나 그 수직 사다리를 내려가신 할아버지의 천신만고란!!! 온 식구들이 둥그렇게 앉으려는 찰라, 갑자기 할머니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야, 자헤기 어디메 갔니?(막내 삼촌 장혁이 어디 갔니?)”
그리고보니, 막내 삼촌과 사촌형 용재가 보이지 않았다. 소란통에 앞만 보며 오느라, 뒤따르던 둘을 챙기지 못했는데 그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운신하기도 어려운 공간에서 애타게 둘을 불러보나 응답이 없다. 아들과 조카를 잃었다고 방방 뛰시는 할머니를 어머니는 이 배안에 있을테니 염려 말라며 달래신다. 그 와중에 우리들 머리 위로 각종 쓰레기며 오물이 떨어져 내렸다.
무심한 배는 그대로 출항했다. 하루 밤낮 기다려도 두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그 비좁은 틈을 비집고 둘을 찾았지만 최상 갑판에 이르러서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 때, 내 눈에 부두에 서 있는 검은 증기 기관차가 보였다. 부산항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미군은 우리를 그곳에 내려주지 않았다. 흥남부두를 떠나온 지 사흘 밤낮이 지나도록 우린 쌀 한톨 구경 못한 채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했다.(실제 배에서는 급식 서비스가 있어 상갑판에 있던 사람들은 수차례 밥을 얻어 먹었으나, 우린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
기력이 빠져 보따리에 기대어 앉았던 내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울 기력도 없어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데, 이를 보신 할머니가 "인재야, 어째(왜) 우니? "하고 물으셨다. 철딱서니 없는 나는 "밥이 먹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이 소리에 온 식구는 물론 주위 어른들까지도 한바탕 통곡의 바다를 이룬다. 이를 보고 우리 앞에 앉았던 일가족이 비상 식량을 꺼내어 밥을 지어서는 자기 식구들끼리만 먹는데, 내게 특별히 반 보시기 밥을 주는 것이었다.(오, 이 분들에게 하나님의 은총 있으시라!)
밥을 받아든 나는 좌고우면없이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그 때 내 머리 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머니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 모습은 영락없는 하나의 굶주린 동물에 다름없었으리라.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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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화물업계의 원로인 동보항공의 이인재 부회장은 함경남도 흥남출신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 직접 겪은 6.25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했는데 본지가 이 부회장의 허락을 얻어 연재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젋은 국제물류인들에게 회갑의 세월을 맞이한 6.25의 비극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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