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에 빠진 포워딩 마켓
끝없는 운임낮추기로 자멸 우려…商道 절실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으로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최근 여·야의 대치모습, 남·북 갈등상황, 이슬람·이스라엘 대결국면 등이 바로 대표적인 치킨게임일 것이다. 이 모두 서로가 상대방이 먼저 고개숙일때까지 극한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
포워딩 업계가 경쟁적으로 운임인하하는 모습도 바로 치킨게임의 전형이다. 화주가 너무하네, 캐리어가 너무 하네 하고 불만을 얘기하지만 원인은 치킨게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물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김석융 기자
[Scene 1] 지난해 연말 대기업의 연간 항공화물 운송 입찰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 모 기업 이사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린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가격을 제시한 거야?” 아무리 대기업 물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지만 적잖은 적자를 면치 못할 가격을 제시한 다른 경쟁 포워더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경쟁 포워더들을 의식해 가격을 약간의 적자를 본다고 제출했는데 그 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경쟁자가 써낸 것이다. 결국 별수 없다 생각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들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항공사에서 한국발 운임을 계속 인상시킨데다 예상못한 엄청난 양의 화물이 쏟아져 나오자 상대 경쟁자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적자를 봤다. 항공사의 운임과 화주의 계약 운임이 무려 1,000원/kg 씩이나 차이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은 물량을 따낸 업체는 치명적인 적자를 봤고 따내지 못한 업체는 1년동안 ‘굶어야 했고’ 다음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으니 양쪽 모두가 실패한 셈이다.
[Scene 2] 좀 지난 사례이지만, 지난해 상반기 해상 LCL은 완전한 치킨게임이었다. 중국발 한국행 해상 인바운드 LCL 화물에 대한 파트너 리펀드가 달이 지날수록 천정부지로 높아졌었다. 지난 2007년만 해도 CBM당 30달러대(부산항 도착기준)였던 리펀드는 작년 연초에 들어서면서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100달러라는 상상못할 리펀드가 나오기도 했다. 몇몇 LCL콘솔 전문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가격을 올리면서 약삭빠른 중국 파트너들은 단 1달러 차이에도 거래 포워더에게 아무런 통보없이 없이 옮겨다녔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해상운임은 0달러에서 훨씬 낮은 마이너스운임이 횡행했고 수입화주는 살인적인 창고료 때문에 청와대 민원까지 제기되는 현상이 초래됐다. 마이너스 난 만큼을 보전하기 위해서 보세창고료나 제반 비용을 수입화주에게 과다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급기야 관세청은 행정력 남용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자율화된 창고료에 대해 칼을 대기 시작했다. 결국 ‘가이드라인’이라는 규제선을 마련, 리퍼드의 보전 수단을 끊기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인해 그동안 상처투성이의 해상콘솔업체들은 별수없이 리펀드를 가이드라인 이하로 일제히 조정하게 됐다. 선없는 경쟁을 하다가 결국 뒷덜미를 잡히게 된 셈이다.
[Scene 3] 연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되도록 해상LCL에 대해서는 가격을 건드리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포워더간 경쟁을 이용해 수익을 차린 것이다.
당시 해상 LCL 화물에 대한 입찰이 있던 A사, B사, C사 등은 CBM당 운임을 올인 가격으로 1달러로 역네고 했다고 함. C사의 경우 한 포워더가 CBM당 마이너스 24달러를 제시하자 "이러게하면 화물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지울 근거가 없어지게 되니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지불해야 한다“며 CBM당 1달러를 오히려 역제안했다고 한다. 포워더가 대기업 물량 유치라는 명목으로 운임덤핑하는 것이 거의 ‘운임폭탄 수준’이다. .
만약 이럴 경우 중소 포워더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1조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대형 물류기업, 대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하는 물류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고 저인망식 영업은 더 심해질 것이다. 또한 이 틈을 타고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해상화물에 대한 침투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불보듯 뻔한 것이다.
조정자의 역할 ‘정부’가 맡아야
서비스 수준이 비슷비슷할 때 포워더들의 치킨 게임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멸이라는 결과로 치닿게 된는 이 게임의 굴레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치학자들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3자에 의한 ‘조정’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두 사람이 있을 때, 각 주자들이 달리는 도로의 평면을 달리해주면 충돌은 없게 된다.
그렇다면 포워딩업계에서 조정자의 역할은 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바로 정부가 그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례로 해상 LCL 리펀드의 경우 세관의 다소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가이드라인 설정은 과열된 시장 경쟁을 식히기에 충분했다. 만약 그대로 놔뒀다면 국내 화주의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LCL 시장 자체가 공멸됐을 것이다. 규제가 반드시 악(惡)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세관의 가이드라인 때문에 포워더들은 리펀드 인상을 부추기는 해외 파트너 특히 중국 파트너들에게 할말이 있게 됐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았으니 더 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다”고 최소한 핑계를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경쟁으로 치닫기 쉬운 이 시장에서 단지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경쟁과열이 되지 않는 특별한 장치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중간에 무시되는 무역조건(Incoterms 2000)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게 외교적인 큰 틀을 마련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항공화물에서도 치킨게임의 조정자 역할을 정부에서 잡아줘야 한다. 포워더의 5% 커미션을 반드시 지킬 수 있게 해야 일종의 ‘Profit Guide Line'이 필요하다. 물론 IATA RULE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지만 국가 법으로도 이를 규정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치킨게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간단한 방법이 있다. 양쪽 중 어느 한 곳이 피하면 된다. 치킨게임에서 한 쪽이 피하면 겁쟁이로 낙인된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도(商道)가 먼저 근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끝없는 운임낮추기로 자멸 우려…商道 절실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으로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최근 여·야의 대치모습, 남·북 갈등상황, 이슬람·이스라엘 대결국면 등이 바로 대표적인 치킨게임일 것이다. 이 모두 서로가 상대방이 먼저 고개숙일때까지 극한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
포워딩 업계가 경쟁적으로 운임인하하는 모습도 바로 치킨게임의 전형이다. 화주가 너무하네, 캐리어가 너무 하네 하고 불만을 얘기하지만 원인은 치킨게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물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김석융 기자
[Scene 1] 지난해 연말 대기업의 연간 항공화물 운송 입찰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 모 기업 이사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린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가격을 제시한 거야?” 아무리 대기업 물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지만 적잖은 적자를 면치 못할 가격을 제시한 다른 경쟁 포워더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경쟁 포워더들을 의식해 가격을 약간의 적자를 본다고 제출했는데 그 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경쟁자가 써낸 것이다. 결국 별수 없다 생각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들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항공사에서 한국발 운임을 계속 인상시킨데다 예상못한 엄청난 양의 화물이 쏟아져 나오자 상대 경쟁자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적자를 봤다. 항공사의 운임과 화주의 계약 운임이 무려 1,000원/kg 씩이나 차이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은 물량을 따낸 업체는 치명적인 적자를 봤고 따내지 못한 업체는 1년동안 ‘굶어야 했고’ 다음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으니 양쪽 모두가 실패한 셈이다.
[Scene 2] 좀 지난 사례이지만, 지난해 상반기 해상 LCL은 완전한 치킨게임이었다. 중국발 한국행 해상 인바운드 LCL 화물에 대한 파트너 리펀드가 달이 지날수록 천정부지로 높아졌었다. 지난 2007년만 해도 CBM당 30달러대(부산항 도착기준)였던 리펀드는 작년 연초에 들어서면서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100달러라는 상상못할 리펀드가 나오기도 했다. 몇몇 LCL콘솔 전문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가격을 올리면서 약삭빠른 중국 파트너들은 단 1달러 차이에도 거래 포워더에게 아무런 통보없이 없이 옮겨다녔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해상운임은 0달러에서 훨씬 낮은 마이너스운임이 횡행했고 수입화주는 살인적인 창고료 때문에 청와대 민원까지 제기되는 현상이 초래됐다. 마이너스 난 만큼을 보전하기 위해서 보세창고료나 제반 비용을 수입화주에게 과다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급기야 관세청은 행정력 남용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자율화된 창고료에 대해 칼을 대기 시작했다. 결국 ‘가이드라인’이라는 규제선을 마련, 리퍼드의 보전 수단을 끊기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인해 그동안 상처투성이의 해상콘솔업체들은 별수없이 리펀드를 가이드라인 이하로 일제히 조정하게 됐다. 선없는 경쟁을 하다가 결국 뒷덜미를 잡히게 된 셈이다.
[Scene 3] 연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되도록 해상LCL에 대해서는 가격을 건드리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포워더간 경쟁을 이용해 수익을 차린 것이다.
당시 해상 LCL 화물에 대한 입찰이 있던 A사, B사, C사 등은 CBM당 운임을 올인 가격으로 1달러로 역네고 했다고 함. C사의 경우 한 포워더가 CBM당 마이너스 24달러를 제시하자 "이러게하면 화물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지울 근거가 없어지게 되니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지불해야 한다“며 CBM당 1달러를 오히려 역제안했다고 한다. 포워더가 대기업 물량 유치라는 명목으로 운임덤핑하는 것이 거의 ‘운임폭탄 수준’이다. .
만약 이럴 경우 중소 포워더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1조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대형 물류기업, 대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하는 물류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고 저인망식 영업은 더 심해질 것이다. 또한 이 틈을 타고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해상화물에 대한 침투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불보듯 뻔한 것이다.
조정자의 역할 ‘정부’가 맡아야
서비스 수준이 비슷비슷할 때 포워더들의 치킨 게임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멸이라는 결과로 치닿게 된는 이 게임의 굴레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치학자들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3자에 의한 ‘조정’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두 사람이 있을 때, 각 주자들이 달리는 도로의 평면을 달리해주면 충돌은 없게 된다.
그렇다면 포워딩업계에서 조정자의 역할은 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바로 정부가 그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례로 해상 LCL 리펀드의 경우 세관의 다소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가이드라인 설정은 과열된 시장 경쟁을 식히기에 충분했다. 만약 그대로 놔뒀다면 국내 화주의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LCL 시장 자체가 공멸됐을 것이다. 규제가 반드시 악(惡)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세관의 가이드라인 때문에 포워더들은 리펀드 인상을 부추기는 해외 파트너 특히 중국 파트너들에게 할말이 있게 됐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았으니 더 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다”고 최소한 핑계를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경쟁으로 치닫기 쉬운 이 시장에서 단지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경쟁과열이 되지 않는 특별한 장치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중간에 무시되는 무역조건(Incoterms 2000)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게 외교적인 큰 틀을 마련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항공화물에서도 치킨게임의 조정자 역할을 정부에서 잡아줘야 한다. 포워더의 5% 커미션을 반드시 지킬 수 있게 해야 일종의 ‘Profit Guide Line'이 필요하다. 물론 IATA RULE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지만 국가 법으로도 이를 규정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치킨게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간단한 방법이 있다. 양쪽 중 어느 한 곳이 피하면 된다. 치킨게임에서 한 쪽이 피하면 겁쟁이로 낙인된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도(商道)가 먼저 근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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