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친환경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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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0.04 10:54   수정 : 2023.10.04 10:54


대형 화주 친환경 선박 계약 요구,  연료 공급에서 선택까지 과제 산재
EU CBAM 10월부터 전환기간 개시,  규제 강화로 공급망 재편 가능성 존재...구체적 방안도 향후 필요


탈탄소화를 위한 가시적 노력이 글로벌 산업계에서 지난 몇 년간 가속화되면서 공급망 및 해운은 앞으로 더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마존-이케아 등 글로벌 화주, 친환경 해양 운송 입찰 요청

최근 ZEMBA(Zero Emissions Maritime Buyers Alliance)는 선사들에게 3년에 걸쳐 60만 TEU 규모의 화물을 친환경 연료추진 선박으로 운송하는 계약에 대한 입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ZEMBA는 전자상거래 업체 Amazon, 가구 소매업체 Ikea, 가전 생산업체 Electrolux 등을 포함해 20개의 글로벌 회사로 구성된 얼라이언스다. ZEMBA는 이번 계약을 통해 최소 90% 이상의 탄소 배출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Net Zero’ 운송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회원사 중 Amazon은 머스크와 2023/24 기간 동안 친환경 연료 선박을 통해 4만 TEU를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운송되는 화물은 기존 표준벙커 연료 대비 약 44,600톤의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양사가 친환경 운송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한 것은 4년 연속 이어지고 있지만 머스크가 메탄올 추진선을 활용해 운송하는 계약은 이번이 최초라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현재 메탄올 추진선을 중심으로 탈탄소에 대응하지만 향후 암모니아, 수소 추진선도 검토중이다. 10월에는 메탄올 추진선인 2,100TEU급 ‘Laura Maersk’가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며 24척의 메탄올 추진선이 발주됐다.

머스크는 메탄올은 기술적으로 사용 가능한 연료이기 때문에 발주가 이뤄졌으며 향후 몇 년 안에 암모니아와 수소가 차세대 연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 선박에 대한 발주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문제는 탈탄소를 진행하기 위해서 친환경 연료선 발주보다 연료 공급에 대한 문제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머스크가 현재 발주중인 메탄올 추진선을 모두 인도받을 경우 연간 200~300만 톤의 연료가 필요하나 현재 그린 메탄올 생산량은 10만 톤 미만이다. 이에 머스크는 10개 기업과 메탄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모회사인 AP Moller Holding에서 메탄올 생산업체인 C2X를 직접 설립했다.

현재 메탄올 추진선 발주잔량은 118척으로 향후 메탄올 공급망 확보가 관건이다. 향후 암모니아, 수소 등에 서도 연료 공급망 확보가 선박 운영에 핵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0월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 기간 돌입, 첫 분기 보고서 내년 1월까지 제출

또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이하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이달부터 전환 기간에 들어간다.

EU는 2021년 7월 14일 탄소 누출 방지와 역내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선언하고 올해 8월 17일 전환기간 동안 적용될 보고의무 등을 규정한 세부 이행 규칙을 발표했다.

기업은 전환기간 동안에는 CBAM 인증서를 매입해서 제출할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으나, 탄소 배출량 관련 보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만큼 성실한 보고서 준비와 제출이 필요하다.

CBAM 전환기간은 10월 1일부터 개시되나, 첫 보고서는 개시 후 첫 분기인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를 대상으로 2024년 1월에 제출하게 된다. 대상 기업은 매 분기마다 해당 분기 종료 후 1개월 이내 CBAM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제출된 보고서는 대상 분기 이후 2개월 이내에 수정 가능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미리 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시행 기간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보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보고되지 않은 내재 배출량 1톤당 10~5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불성실 보고가 지속될 경우 할증된 과태료를 적용받게 되므로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CBAM 보고 의무에 필요한 내재 배출량 산정 시, 보고자는 계산 기반 산정 방식 또는 측정 기반 산정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2024년까지는 EU 이외의 제3국에서 시행되는 산정 방식이 허용된다.

제3국 내재 배출량 산정의 한시적 허용으로 업계의 부담이 일부 완화되었으나, 2025년부터는 EU 방식만 적용되므로 대상 기업은 EU식 내재 배출량 산정에 대비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對EU 수출액 681억 달러 중 CBAM 대상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對EU 총 수출액의 7.5%를 차지한다. 특히, CBAM 대상 품목의 對EU 수출액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45억 달러)로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알루미늄(10.6%, 5.4억 달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대상 품목인 비료·시멘트·수소의 對EU 수출은 544만 달러로 對EU 총 수출액의 0.1%에 불과하다.

EU는 현재 CBAM 대상인 6대 품목(시멘트, 전기,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외에 유기 화학물, 플라스틱 등을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해당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철강 제품은 EU의 주요 철강 교역 상대국의 제품보다 탄소 배출 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한국 탄소배출권거래제(K-ETS)의 운영으로 인증서 구입비용이 일부 경감될 수 있겠으나, 배출량 산정, 보고서 작성 및 제출 등은 기업들에게 여전히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EU CBAM은 역외국에서 기지급 된 탄소 비용을 공제할 수 있어,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부담 금액도 CBAM 인증서 구입 비용에서 일부 상쇄될 수 있다. 또한 EU의 10대 철강 수입국 중 영국, 캐나다 이외에 탄소 가격제를 도입한 국가가 없거나 탄소 가격이 한국보다 낮아 단기적으로 한국의 감면 수준은 경쟁국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 친환경 연료뿐만 아니라 여러 방안 필요

한편 다른 산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친환경 연료 공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 업계가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선급 및 인증기관인 DNV(노르웨이 선급협회)가 최근 발표한 ‘2050년 해운업계 전망 보고서’ 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 탈탄소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해운업계가 2030년까지 필요한 17Mtoe(1,700만 석유환산메가톤)의 탄소중립 연료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 세계 탄소중립 연료 생산량의 30~40%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선주들은 연료 확보를 넘어 에너지 효율과 탄소배출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목했다.

향후 해운업계도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거래제에 포함돼 연료의 전 과정 배출량(WtW, Wall-to-wake)과 관련 요구사항 준비도 언급됐다. DNV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신규 규정들이 탄소 연료 사용의 운영비용을 증가시켜 선주들이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도록 장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NV 선급 사업부 크누트 외르벡 닐슨(Knut Ørbeck-Nilssen) CEO는 “해운업계에게 2020년대는 가장 중요한 10년이 될 것”이라며 "더 친환경적인 연료의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친환경 연료에만 집중하지 말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지금부터 2030년까지 성공적인 탈탄소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료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톤수의 50%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또는 메탄올을 이용한 듀얼 연료 엔진을 사용하는데 이는 작년의 1/3과 비교시 증가한 것이다.

현재 운영중인 선박 중 6.5%의 톤수가 대체 연료로 운영이 가능하며, 이는 지난해 5.5% 대비 상승한 것이다. 메탄올과 LPG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발주는 이미 진행됐고, 신규 건조하는 선박 중 수소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사례도 등장했다. 암모니아의 경우, 여러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발주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탄소 가격 7,000원대 하락...배출권 이월제한 조치 완화 필요

이런 가운데 2015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배출권 가격이 7천 원대로 급락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 여유분에 대한 이월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가격 동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배출권거래제 가격은 2015년 1월 8,640원으로 시작해 2020년 초 42,500원까지 가격이 상승한 후 2020년 4월부터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지난 7월에는 7,020원까지 하락했다”며 “정부가 시장에 배출권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이월제한 조치가 가격 급락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이월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해당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하면 이를 팔거나 살 수 있다. 현행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참여업체가 배출권 순매도량의 2배까지만 다음해에 이월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순매도량 만큼만 이월 가능하다.

대한상의는 국내 배출권 가격이 2020년 4월부터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하락하고 있는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배출량 감소도 있지만,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배출권 이월제한 조치를 꼽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5천 5백만 톤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2018년 대비 10% 하락했지만, 배출량 감소만으로 배출권 가격 급락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도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2020년 4월 이후 유럽은 400% 이상, 미국은 150% 가까이 배출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의는 기업의 배출권 여유분에서 이월할 수 있는 양이 매도량의 2배로 제한되다 보니 이월하지 못하는 배출권의 소멸 우려로 배출권 매도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EU 방식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2019년부터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에 공급되는 배출권 물량을 일정 범위에서 조절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배출권 물량을 4억 ~ 8.33억 톤 범위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공급 물량이 4억 톤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을 추가로 공급하고, 8.33억 톤 이상 올라가면 할당량을 삭감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EU의 시장안정화 정책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이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구매 경쟁 가열로 인한 가격 급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EU와 같은 물량 기준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배출권 예비물량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정부가 계획기간별 잔여 예비분을 폐기하지 말고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해 가격안정화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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