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이후 내년 한국 신흥국 수출 둔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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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11 09:37   수정 : 2021.11.11 09:37
중국·베트남 제외 신흥국 수출비중 높지 않아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 



내년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본격화될 경우 재정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 대한 우리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美 테이퍼링이 신흥국 경제 및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시행한 테이퍼링은 재정위험이 높은 신흥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켰고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글로벌 교역에서 신흥국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26.1%에서 2014년 40.8%까지 꾸준하게 확대되었으나 미국이 테이퍼링을 단행한 2014년 이후에는 신흥국 교역 비중이 40%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등 금융위기 당시 재정취약국으로 분류됐던 국가들에서 타격이 컸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15년, 이들 국가의 전세계 수입은 전년대비 10% 감소했고 2016년에는 1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이들 국가가 세계 교역 및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대비 각각 1.0%p, 0.6%p 감소했다. 신흥국의 수입수요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비중도 2013년 54.7%에서 2016년 53.3%로 1.4%p 하락했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베트남·대만·인도·멕시코 등 5대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신흥국 수출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 시행으로 일부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30개 신흥국 중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며 수출비중이 5%를 넘는 국가는 베트남(8.7%)과 중국(25.1%)뿐이었다.

또한 테이퍼링을 앞두고 향후 달러화 강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수출 제조업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최종 수출품의 수출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올해와 같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상승하면 원자재 수입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신흥국 경제는 미국의 테이퍼링 시행을 앞두고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잭슨홀 심포지움 이후 연내 테이퍼링에 무게가 실리면서 신흥국 주가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터키,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콜롬비아 등 주변국으로까지 금리 인상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 이집트, 인도 등 일부 신흥국가의 경우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부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이상을 초과하는 등 재정위기 위험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홍지상 연구위원은 “올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테이퍼링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면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포함해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 방향과 속도를 섬세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재정위험이 높은 신흥국과 거래 시 철저한 바이어 신용조사를 통해 거래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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