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를 넘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한 지 오래된 해외직구.

항상 시대에 뒤쳐지는 나는 얼마 전 두 번째 해외직구로 TV를 주문했다. 이 불경기에도 4K HDR이 너무 궁금해 결국 마지노선을 넘어간 지름신의 일환이다. 특히 올해는 세대 교체가 더 빨라져서 그런지 TV 가격이 더욱 내려가고 있다.

주문을 하려고 보니 나는 개인통관고유번호가 이미 있어서 기억해보니 첫 번째 해외직구는 아마 기사 작성 체험이라는 핑계로 2~3년 전 쯤 주문한 블루레이 디스크, 99달러다. 그 때는 그 상품이 국내에 없었기 때문에 주문했다. 비쌌다.

그리고 두 번째 해외직구를 해보니 누군가의 농담처럼 포워더의 꽃이 콘솔이라면 직구의 꽃이 TV라는 모두가 알던 엄청난 메리트를 경험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메리트는 별거 없다.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가격 대비 30~50% 정도 싸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주문한 제품은 국내 판매 가격의 1/3이다.

재미있는 것은 비싼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국내 판매 가격의 1/5까지 파는 곳도 있었다. 더구나 요즘에는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한 가격이다.

항상 무지막지한 가격 덤핑으로 오랫동안 거래해 온 고객을 뺏겼다는 이야기는 올해 상반기에도 부쩍 들려온다. 특히 그 비중이 예전과는 다른 수준인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화주에 대한 아쉬움과 가격 덤핑 업체에 대한 원망이 항상 교차한다. 여기에 물량을 뺏긴 곳은 존재하지만 물량을 가져간 곳은 드러나지 않는다.

포워더 마켓은 덤핑으로 인한 시장 교란과 이에 따른 업계 상생, 나아가서 화주에게 장기적으로 불리함 등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의논들이 누적되어 왔다.

하지만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는 TV를 즐겁게 기다리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막상 이 덤핑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일단 이런 저런 이유가 있더라도 덤핑은 당장 화주를 즐겁게 한다.

결국 덤핑을 극복, 아니 피하는 방법은 내 첫 번째 직구 같은 케이스 말고는 없지 않을까? 싸지 않더라도 희소성 내지 차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도 문제는 있다. 유효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 대부분 빠르게 다른 업체가 들어오니까 말이다.

99달러에 샀던 그 블루레이 디스크는 지금 8.9달러다. /윤훈진 부장